중 프렐류드-2

정의와 축제의 프렐류드 ~중&남~

 

1화

아서 : 클로에. 서쪽 나라의 거룩한 축제의 성공 축하해.

클로에 : 고마워, 아서! 시노라던가, 동쪽 마법사가 협력해준 덕분이야! 모두 함께 힘을 모았기 때문에, 거룩한 축제가 성공해서, 태고의 성전에 원시의 정령이 돌아와 준 거야!

 

시노 : 뭐 그렇지.

 

아서 : 클로에, 시노, 위험한 역할이었는데, 무사히 임무의 결과를 냈구나. 고마워.

 

루틸 : 혼란스러운 세계를 진정시키기 위해선, 거룩한 축제를 해서, 태고의 성전에, 원시의 정령들을 소환해야 하는 거네요. 원시의 정령이란, 굉장히, 굉장히, 옛날 정령이죠? 미스라씨는 본 적 있나요?

 

미스라 : 네, 먼 옛날에 몇 번……. 평소에는 모습도 숨기고 있고, 성격도 거치니까, 가까이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아서 : 그래? 클로에가 본 원시의 정령은 어땠어?

클로에 : 난 기색만 느꼈지만, 뭔가, 무섭다기보단, 무서울 정도로 즐거운듯한 느낌……?

미스라 : 토지에 따라서 원시의 정령들은, 성질이 다르니까요. 토지의 마법사와 닮았다고 말해요.

루틸 : 헤에……. 그럼, 남쪽 나라의 원시의 정령분들과는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미스라 : 네……. 당신처럼 태평하니까요.

루틸 : 정말, 미스라씨, 심술쟁이.

시노 : 서쪽 나라의 거룩한 축제가 성공하고, 슬슬, 다음 거룩한 축제에 갈 때야. 다음은 어느 나라의 축제를 하는 걸까.

아서 : 그렇네. 다음도 무사히 성공하면 좋을 텐데…….

스노우 : 아서. 루틸. 잠깐 이쪽으로 오란 것이야.

루틸 : 스노우님, 화이트님…….

아서 :  무슨 일이신가요?

화이트 : 다음 거룩한 축제의 예정이 정해졌단 게야! 중앙 나라의 마법사들이, 중앙 나라의 거룩한 축제에 가란 것이야!

스노우 : 남쪽 마법사들은, 그들을 서포트하란 게야!

아서, 루틸 : 아……, 알겠습니다!

중앙의 마법사와, 남쪽의 마법사가, 현관에 모였다. 모두, 긴장한 듯, 중앙의 선생님인 오즈를 바라보고 있다.

오즈 : ………. 중앙의 태고의 성전을 되살려, 거룩한 축제에 가, 원시의 정령을 소환한다.

리케 : 드디어 저희들의 순서네요. 긴장돼요…….

카인 : 괜찮아. 서쪽에 이어서, 중앙도 성공시키자고.

오즈 : 그럼, 출발하지.

미틸 : 엣, 지금 당장 말인가요!?

오즈 : ………. 기다려도 좋다.

미틸 : 앗, 아뇨……!

오즈 : ……무리하지 마. 참으면 몸에 안 좋아.

미틸 : 화,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게 아니에요. 지금 당장 출발해도 괜찮지만, 구체적으로 뭘 해야 좋은지 같은…….

피가로 : 미틸이 말 한 대로. 중앙의 오즈 선생님은 말을 잘 못하니까, 남쪽의 피가로 선생님이 대신 설명할게~!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루틸 : 괘, 괜찮나요? 최강이라 불리는 오즈님이 계신데, 나서도…….

아서 : 괜찮아. 오즈님은 상냥한 분이시고, 피가로님은 오즈님의 친구……으읍!

카인 : 어이어이, 피가로. 막 내 주군의 입을 막지 마.

피가로 : 미안 미안. 모두, 걱정하지 마. 난 평범한 남쪽 마법사지만, 실은 저번에, 오즈랑 같이 밤새도록 마셨는데. 그때, 내 화려한 언변에 단순에 반해버려서, 한방에 내 팬이 됐거든.

루틸 : 헤에-, 오즈님이!?

미틸 : 피가로 선생님, 대단해-!

피가로 : 후후. 그치, 그치. 그러니까, 어느 정도 뭘 하더라도, 오즈는 용서해줄 거야. 그렇지, 오즈.

오즈 : ……….

피가로 : 그렇지?

오즈 : 위협하는 건가……. 아서에게서 손 떼.

피가로 : 미안 미안, 아서! 그런 거니까 잘 부탁해!

아서 : 푸하……. 대체적인 사정은 알겠습니다!

레녹스 : 정말, 피가로 선생님은……. 그래서, 설명은 뭘 하시는 건가요?

피가로 : 거룩한 축제에 가는 방법이야. 서쪽 마법사들에게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우선 모두, 이 의상으로 갈아입어줘.

피가로가 딱하고 손가락을 울리자, 마법사들의 의상이 확 바뀌었다.

아서 : 왓……. 이건 굉장해! 클로에가 만들어줬구나!

카인 : 정령이 좋아하는 옷이라는 건가. 신성하고 고귀한 분위기가 있어서 좋네.

피가로 : 중앙의 태고의 정령들은, 고귀하고 정통한 걸 좋아하니까. 다음은 태고의 성전이 잠들어있는 장소에 대해서야. 스노우님과 화이트님의 예언에 따르면, 대충, 이 근처에 있어.

피가로가 자도를 펼치고, 한 부분을 가리켰다.

카인 : 남쪽 나라에 가까운, 변방의 토지네……. 이 근처는 광야로 아무것도 없을 텐데.

루틸 : 그런가요?

카인 : 어. 사막이라고 할까, 바위나 돌이 뒤섞인 토막에 가까울 거야. 이 근처는 불길한 소문이 있어서 말야.

아키라 : 불길한 소문?

 

2화

카인 : 이 근처를 지나가던 여행자가, 행방불명이 되는 일이 많거든. 그래서, 기사단이 조사를 갔었는데,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어. 태고에는 이런 곳에 성전이 있던 걸까.

리케 : 서쪽 나라의 태고의 성전은, 귀족의 별장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어져있었다는 듯해요. 이번에도 그런 건 아닐까요.

아서 : 아……. 혹시…….

미틸 : 뭔가 신경 쓰이는 게 있으신가요? 아서 왕자.

아서 : 음유시인의 노래로 들은 적이 있어. 재앙에 의해서 하룻밤 만에 멸망한, 고대의 문명도시가, 변방의 땅에 잠들어있다고. 환상의 도시 메사……. 분면, 그런 식으로 불렸어.

레녹스 : 환상의 도시 메사인가……. 저도 예전에 중앙 나라에 있었지만, 처음 듣는 이름이네요.

미틸 : 옛날이라면, 어머니는 아셨으려나…….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오즈님이라면, 뭔가 알고 계시지 않나요?

오즈 : ……….

아서 : 오즈님?

오즈 : ……아니. 기억이 안 나는군.

아키라 : (오즈……? 뭔가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있네……)

카인 : 가보면, 단서가 잡힐지도 몰라. 빨리, 출발하자. 변방의 토막에 가려면 우선, 마법관에서 엘레베이터로 중앙의 탑까지 가서, 거기서, 하늘을 날아가는 게 빠를 려나.

오즈 : 그런 수단을 쓰지 않아도, 이 정도의 인원이라면 옮겨주지.

아키라 : 옮긴다니, 우리 전원을?

루틸 : 미스라씨처럼, 공간을 연결하는 문을 열어주시는 건가요?

오즈 : 필요 없어. ≪ 복스노크 ≫

아키라 : ………!

다음 순간, 우리들은 일면의 광야에 있었다. 지나치게 밝은, 새파란 하늘 아래, 하얗게 마른 땅이,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발밑에서, 사각사각 모래와 자갈이 흘러간다. 모래알이 거친, 평탄한, 사막 같은 곳이었다.

미틸 : 왓……!

리케 : 까, 깜짝이야…….

루틸 : 이곳이 고대의 성전이 잠든 장소……?

미틸 :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중앙 나라보단, 저희가 살던, 남쪽 나라와 비슷해요…….

카인 : 기사단 때, 여기를 횡단했어. 하늘을 나는게 안되니까 엄청 고생이었지. 물이 전혀 없다니까.

리케 : 물이 없나요? 물통을 가져왔으면 좋았을 텐데…….

카인 : 평소에는 여기보다 더 남쪽에 있는, 정비된 길을 사용해. 거기에는 우물도 마을도 숙소도 있어. 여차하면, 그쪽으로 이동하자.

루틸 : 그렇다면, 이 근처에는 거의, 사람이 없는 곳이네요…….

카인 : 그렇지도 않아. 전에도 체력에 자신 있는 여행자들이, 혼자서 왕래하는 걸 본 적 있어.

리케 : 어라……?

미틸 : 왜 그러나요, 리케.

리케 : 어디선가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하프 같은…….

루틸 : 정말이네……. 바람을 타고 들려와.

아서 : 아! 저쪽에 인영이!

아서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나는 응시했다. 페인트로 칠한듯한 파란 하늘과, 새하얀 대지의 사이로, 아지랑이처럼, 무언가가 흔들흔들 이동하고 있다. 커다란 하프를 등에 진 남성 같다. 나무판자 같은 것을, 한 손에 안고, 매만지고 있다. 흔들거리던 인영은, 이윽고, 모래언덕 너머로 사라지고, 선율만을 남기고 보이지 않게 됐다.

레녹스 : 리라……. 옛날에 유행한 하프의 음색 같았어요. 여행 중인 음유시인일까요.

카인 : 여행 중인 음유시인인가……. 여행자가 행방불명이 되는 소문이 있어도, 여행 중인 자들에겐, 무섭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리케 : 음유시인분들은 만난 적이 없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가요?

미틸 : 저도 만난 적은 없지만, 분명, 노래를 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는 거죠.

루틸 : 맞아맞아. 우리들의 마을에는 한 번, 여행 중인 극단이 온 적 있어.

아서 : 최근에는 음유시인이 적다고 들었는데. 왕궁에는, 가끔씩 방문하는 경우가 있어. 불신스러운 경우가 아니면, 중앙에서는 환영하고 있어. 각국의 정세나, 의외의 얘기를 들을 수 있고, 무엇보다, 궁녀들이 즐거워해. 왕궁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여행자는 존경하는 존재야.

카인 : 확실히. 나도 원정에서 돌아오면 사람들에게 둘러싸였어. 모두, 타국이나 변방에 이상이 있지. 소중한 가족이 있고, 소중한 장소가 있고, 그걸 지키고 싶어……. 그 마음과 같을 정도로, 여행을 하고 싶지.

아서 : 모두, 그런 거지. 나도 왕자라는 신분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모험을 떠나, 새로운 땅을 찾아내고 싶어.

루틸, 미틸 : ……….

아서 : 무슨 일이야? 루틸도 미틸도, 신기한 듯한 얼굴을 하고…….

루틸 : 저는 고향을 좋아하니까……. 근처의 탐험은 정말 좋아하지만, 새로운 땅을 찾는 모험은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카인 : 그래? 의외네. 남쪽 나라는 개척의 민족인데.

미틸 : 모험이 무서운 게 아니에요! 모험은 해보고싶어요. 하지만……. 절대로 돌아올 수 있는 모험이 좋아요. 형님들께 걱정시키고 싶지 않고, 형님들과 만날 수 없다면 슬프고……. 리케도 같지 않나요?

리케 : 저는 계속 같은 장소에 있었으니……. 바깥 세계를 안 지금, 여러 장소에 가보고 싶어요.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저가 기다리는 거 같아서, 두근두근해요.

미틸 : 그런가요……. 하지만, 저랑 만날 수 없어도 괜찮나요?

리케 : 그건 좀 슬플지도?

피가로 : 아하하. 중앙의 마법사와, 남쪽의 마법사의 결정적인 차이가 나왔네.

카인 : 결정적인 차이?

 

3화

피가로 : 고향을 소중히 하냐, 목적지를 소중히 하냐야. 중앙도, 남쪽도, 선량하고 사람 돕기를 좋아하지만, 중앙의 마법사는, 사명감이 투철하고, 무언가를 달성하는 걸 최우선으로 해. 그걸 위해선 위험도 감수하고, 뭔갈 버리는 것도 각오하지. 예전의 파우스트처럼, 지도자가 적합하지.

미틸 : 그렇게 말하니, 뭔가, 중앙의 마법사분들, 멋지네요…….

리케 : 에헤헤.

루틸 : 하지만, 중앙의 마법사분들은 바로 무리를 해버리니까 걱정이네요……. 오늘은 위험한 일은 하지않도록 해주세요.

카인 : 뭐야. 귀여운 말을 하잖아. 걱정하지 마. 이래봬도 역전의 기사야. 바로, 모험을 시작해볼까. 목적지인 태고의 성전은, 광야의 어디에 잠들어있으려나.

오즈 : 눈앞이다.

카인 : 어?

오즈 : 고대 도시 메사는 이 아래에 잠들어있어.

아서 : 환상의 도시 메사……. 역시, 존재했던 거네요!

루틸 : 하지만, 어째서, 모래에 묻혀버린 걸까요…….

레녹스 : 도시를 멸망시켜버릴, 커다란 재앙이 일어났던 걸지도 모르겠네.

미틸 : 지하에 도시가 잠들어 있다니……. 어떻게, 성전까지 가야 하지…….

아키라 : (끝없이 펼쳐진 광야……. 발밑에 도시가 있다니, 믿을 수 없어…… 이 정도의 흙이나 모래를 퍼내려면, 마법사라도 큰일이지 않을까……)

망연자실해 있을 때, 지팡이를 손에 쥔 오즈가 앞에 나섰다.

오즈 : 숙이고 있어.

아카라 : 오즈……?

카인 : 현자님, 이쪽으로.

카인에게 감싸지며, 오즈에게서 떨어졌다. 오즈가 천천히 지팡이를 머리 위로 들었다. 새라도 쳐다보는 듯, 온화한 시선으로, 주문을 외웠다.

오즈 : ≪ 복스노크 ≫

둥실, 그의 머리카락이 파란 하늘에 휘날렸다. 직후, 그건 폭풍으로 바뀌었다.

아키라 : ………!

카인에게 머리를 숙여져서, 그의 팔 안에, 꾹 갇혀버렸다. 그래도, 팔이나, 외에 부딪치는 모래알을 느꼈다.

미틸 : 왓……!

리케 : 아팟……!

아서 : ……읏, 모두! 눈과 입을 열지 않는 게 좋아……!

그렇게 말해도,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충고를 한 아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 눈앞 풍경의 무서움에, 깜박임조차 잊었다.

끝없는 광야에 펼쳐져 있던, 흙이나 모래가 뭉게구름처럼, 높이 날아간다. 밝은 푸른 하늘의 빛조차, 흐리게 가려버리는, 모래 뭉게구름의 아래……. 유적이 된 도시의 건물들이, 머리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키라 : (……이게 환상의 도시 메사……!)

오즈는 커다란 크레이터를 파는 것처럼, 점점, 모래를 파냈다. 그 기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주변은 순식간에, 밤처럼 어두워지고, 도시가 파헤쳐 져 갔다. 세계가 다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저기에 서있는, 한 명의 마법사의 손에 의해.

오즈 : ……….

처음으로, 오즈가 무섭다고 생각했다. 아니, 다르다. 공포를 기억했다.

아키라 : (……이건, 신과 같은 힘이야……)

몇 분……. 혹은, 몇 초였을지도 모른다. 모래 구름이 떠나가고, 훨씬 먼 곳에, 커다란 모래 언덕이 만들어지고, 파란 하늘이 돌아왔다.

우리들의 눈앞에는, 고대의 도시, 메사의 유적이 펼쳐져있었다.

리케 : ……이게 고대 도시 메사…….

카인 : 상상했던 거보다 큰 도시네……. 거의 완전한 형태로 유적이 남아있어…….

피가로 : 분명, 저 유적 안에, 태고의 성전을 되살릴 단서가 있어. 이 앞은 중앙의 마법사들에게 맡길게. 태고의 성전을 발견하면, 우리들을 불러줘.

미틸 : 네!? 저희들은 유적에 안 들어가나요?

루틸 : 저, 조금, 보고싶어요!

피가로 : 안 돼 안 돼. 이번 주역은 중앙의 마법사들이야. 우리들은 어디까지나 후방 지원. 유적은 그들에게 맡기고, 여기서 응원하고 있자.

피가로는 설득하듯이, 루틸과 미틸의 어깨를 안고 끌어당겼다. 그러면서, 두려움이 담긴 눈빛으로 오즈를 응시한다.

피가로 : 혹시, 위험한 일이 있더라도, 오즈가 책임지고, 어떻게든 하겠지. 부탁할게, 오즈.

오즈 : ……….

부탁이라기보다, 위협 같은 피가로의 어조에, 오즈는 눈살을 찌푸리며, 등을 돌렸다. 당황해서, 아서가 등을 쫓아갔다.

아서 : 기다려주세요, 오즈님!

카인 : 아서! 그럼, 우리들끼리 갔다 올게.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줘.

레녹스 : 미안. 나만이라도 따라갈까? 뭔가 위험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카인 : 괜찮아. 리케는 어쩔래? 지키고 있을래?

리케 : 설마.

리케는 사랑스러운 눈썹을 들어 올리고, 꾸짖듯이, 피가로를 쳐다봤다.

 

4화

리케 : 어떠한 위험이 있더라도, 신께 선택받은 특별한 힘을 가진 저희들은, 두려워않고, 나아가야 합니다. 저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즈에게 맡기지도 않습니다.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피가로가 하는 말은 조금,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미틸 : 리케…….

피가로 : 그럴지도 몰라. 나는 게으름뱅이에, 겁쟁이니까.

리케 : ……이제 됐어요. 가죠, 카인.

리케는 등을 돌려, 유적으로 나아갔다. 카인은 남쪽 마법사들에게 손을 흔들며, 뒤를 이어갔다.

카인 : 신경 쓰지 마. 후방을 맡길 동료가 있는 건 든든하지. 그럼, 다녀올게.

루틸 : 조심해!

미틸 : 아……, 위험하면 돌아와 주세요!

리케 : 돌아오지 않아요!

카인 : 안되지, 리케. 그럼, 나중에 봐!

아키라 : 기다려주세요! 저도 같이 갈게요!

확 하고, 나도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꽉 팔리 당겨져서, 넘어질 뻔하게 된다.

아키라 : 왓……!

피가로 : 현자님, 잠깐 기다려.

아키라 : 피가로……. 저는 중앙의 마법사와 가겠습니다. 제가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피가로 : 음……. 알았어. 그럼, 막진 않겠지만, 처음에 오즈에게 말해. 사정을 전부 말해달라고.

아키라 : 사정?

피가로 : 그래그래. 모두가 없는 곳에서 들어줘. 시치미 떼지 말라고. 현자가 죽어도 상관없냐고.

아키라 : 죽……, 저 죽나요!?

피가로 : 설마, 오즈가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하지만, 그 정도로 말하지 않으면, 그 완고한 녀석이 입을 열지 않겠지.

아키라 : ……사정이 뭔가요? 이 메사의 멸망과 오즈는 무슨 관계가 있나요?

피가로 : 난 말 못 해. 오즈에게 물어보렴. 위험한 곳에 가게 해서 미안해, 현자님.

아키라 : 여……, 역시 위험한가요……?

피가로 : 메사는 저주받은 도시니까.

온화한 피가로답지 않게, 비우호적이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는 메사의 유적을 바라봤다. 그의 뒤에서, 남쪽 마법사들이 나타났다.

루틸 : 피가로 선생님, 무슨 얘기를 하고 계시나요? 현자님이 가신다면, 역시, 저희들도 같이…….

미틸 : 맞아요! 리케에게 겁쟁이라고 생각될지도……. 저는 부지런한데다, 무섭지도 않아요!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역시, 저만이라도…….

피가로 : 괜찮아. 오즈랑 현자님에게 맡기면 돼. 현자님, 조심하도록 해.

아키라 : ㄴ, 네.

아키라 : (주, 죽을 위험에 처하는 걸까? 곤란한데…… 우선은 오즈에게 사정을 들어라고……. 아! 모두의 모습이 보인다)

리케 : 어라? 달려오는 발소리가……. 미틸이려나?

아서 : 현자님이다……. 현자님도 가시는 건가요?

카인 : 기다리고 있어도 괜찮은데. 괜찮아?

아키라 : ……읏, 네……. 저, 저기, 오즈.

나는 호흡을 정돈하며, 오즈의 이름을 불렀다. 말없이, 그는 돌아봤다.

아키라 : 듣고 싶은 게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둘이서.

오즈 : 왜.

아키라 : 피가로가 모두가 없는 곳에서 듣는 게 좋다고…….

오즈 : ……….

곤란한 듯이 오즈가 미간을 찌푸린다. 하지만, 아서와 다른 이들의 시선을 느끼고, 오즈는 확 얼굴을 들었다.

오즈 : 너희는 먼저 가고 있어.

아서 : 저희가 없는 곳에서, 현자님과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건가요?

카인 : 어떤 얘기?

리케 : 저희 눈앞에서 얘기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오즈 : ……….

악의없는 솔직함으로, 중앙의 마법사들이 계속 물었다. 드물게, 오즈가 조금 주춤하고 있다.

오즈 : ……됐으니까 먼저 가. 바로 쫓아가지.

3명은 눈을 맞추고, 똑바로 앞을 향해 나아갔다. 오즈는 안심한 듯이 나를 내려다봤다.

오즈 : 그래서, 피가로는 뭐라고.

아키라 : 사정을 먼저 말해. 현자가 죽어도 좋냐고.

오즈는 허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오즈 : 너를 죽게 하지 않아.

아키라 : 조금 안심했어요……. 사정이란, 뭔가요? 모두의 앞에서는 얘기하지 못할 건가요?

오즈는 괴로운 듯 입술을 깨물었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새하얀 유적을 바라보며, 분명하게 읊조린다.

오즈 : 내가 멸망시켰다.

아키라 : 네?

오즈 : 메사의 도시는 내가 멸망시켰다.

아키라 : 네……!?

놀라는 나를, 오즈는 조용히 지켜봤다. 오즈가 도시를 멸망시켰다……. 그런 충격적인 얘기, 바로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오즈가 거짓말을 할 리 없다. 가슴 안쪽이 술렁술렁한다. 조금 전 엄청난 마법이 뇌리를 스치고, 손끝이 차가워지고, 호흡이 얕아졌다.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무서운 마법사. 냉혹하고, 잔인한, 마왕. 눈앞에 있는, 온화한 눈빛의 그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아키라 : 어째서, 메사를 멸망시켰나요?

오즈 : 얘기할 생각 없다.

아키라 : 아……, 아서는 슬퍼할 거예요. 당신을 믿고 있는데.

강한 바람이 불어와, 오즈는 눈을 찌푸렸다. 고통을 참는 것과, 비슷한 행동으로.

오즈 : 그건 중앙의 왕자야. 처음부터, 날 사모해선 안됐어.

아키라 : 하지만…….

오즈 : 이건 운명이다. 메사의 백성의 영은, 아직 이곳을 방황하고 있어. 날 발견한다면, 나에게 원망을 토해내겠지.

오즈는 주변에 시선을 향했다. 흐릿하던, 아지랑이 같던 기운이, 살짝살짝 흔들리고 있다. 환상 같은 신기한 그림자가, 격렬한 분노와, 어두운 원한을 담아, 그의 이름을 부르는 느낌이 들었다.

??? : ……오즈…….

 

5화

??? : 오즈……. 왜…….

아키라 : ………! 지……, 지금 목소리는……? 오즈의 주변에 흔들거리는 건 대체…….

오즈 : 메사의 망령들이다.

아키라 : 망령!?

반사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보이지 않는 영들이 들러붙은 채로, 오즈는 나른하게, 눈꺼풀을 닫았다.

오즈 : ……그들의 영혼을 없애는 건 쉽다. 하지만, 정화하지 않고, 없애버리면, 영혼은 두 번 다시 재생하지 않아. 그들의 영혼을 없애지 않고, 안내하기 위해선, 거룩한 축제의 성공이 필요하다.

아키라 : 그럼……. 거룩한 축제에 갈 때까지, 오즈는 계속, 이 상태인가요?

오즈 : 그래. 그들의 원망의 소리를 듣고, 아서는 내 정체를 알게 되겠지.

아서 : 현자님과 오즈님은, 무슨 얘기를 하고 계실까?

카인 : 주의사항 같은 거 아닐까? 남쪽 마법사가 후방 지원을 맡았고, 위험한 일이 없도록 말야.

리케 : 약간의 위험은 감수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의 사명이니까요.

카인 : 나도 그래. 그래도, 아까 같은 태도는 좋지 않아. 루틸도 미틸도 결코 겁쟁이가 아니야. 소중한 가족이 있는 만큼, 신중해질 뿐이야. 친구인 너한테, 그런 말을 듣는다면, 미틸은 상처받는다고.

리케 : 하지만……. 싫었어요.

카인 : 뭐가.

리케 : 아까 오즈의 엄청난 마법을 보고, 저는 고양되고, 감동했어요. 굉장해! 강해! 이 힘을 갖고 싶어 라고.

아서 : 나도 그 마음 알아. 오즈님, 멋있었지!

카인 : 멋지지! 마법이 강하면 멋있어.

리케 : 하지만……. 미틸이나 루틸은 두려운 눈을 했어요. 현자님도, 아마……. 저는 미틸도 같이, 강한 걸 동경했으면 했는데. 같이 모험하고 싶었는데…….

카인 : 기질의 차이는 어쩔 수 없지. 전에 오웬한테 들은 게 있어. 강한걸 순수하게 원하는 점이, 북쪽 마법사와, 중앙의 마법사가 닮았다고. 강함에 관심이 없는 녀석들도 있으면, 강함에 순전히 두려움을 느끼는 녀석들도 있어. 그것뿐이야. 친구가 될 수 없는 게 아니야.

리케 : ……그렇네요…….

아서 : 카인의 말 대로야. 게다가, 오즈님은 상냥한 분이니, 같이 있으면 공포가 사라질 거야.

리케 : 오즈는 세계를 지배한 나쁜 마법사라고, 교단의 사람들에게 들었습니다. 그건 어디까지가 진실인가요?

아서 : 전부 잘못된 게 틀림없어. 오즈님은 사람도 나라도 지배하지 않아. 강하고, 유명한 분이니까, 오해받으신 거야. 내가 넘어졌을 때는 달려와주셨고, 아플 때는 보살펴주셨어. 리케나, 카인에게도, 심한 짓은 안 하셨지?

리케 : 그렇네요……. 조금, 안심했습니다.

카인 : 과묵하고 무섭지만, 오즈는 어쨌든, 어울려주고. 무엇보다, 의지가 돼.

아서 : 맞아. 상냥하고, 믿음직스러운 분이야. 오늘도 오즈님이 계시면 괜찮을 거야.

카인 : 오. 얘기하니까, 오즈랑 현자님이 돌아왔다.

리케 : 어라……? 뭘까요……. 뭔가, 불온한 바람이 둘러싸는듯한…….

아서 : ……오즈님……?

??? : ……오즈……. 오즈……. 나가…….

오즈 : ……….

아키라 : 오, 오즈! 정말로 괜찮은 건가요? 역시 이 정도로 망령들을 데려가면, 아서나 다른 분들께 들켜요.

오즈 : ……어쩔 수 없어.

아키라 : 하지만…….

아서 :  오즈님! 현자님!

멀리서 아서의 목소리가 들려, 나는 깜짝 놀랐다.

아키라 : (어쩔 수 없다니……. 확실히, 이 사람이 한 일이고, 그럴 테지만……아서는 오즈를 믿고 있어. 아서가 상처받은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언젠가,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현자의 마법사의 역할을 위해, 어쩔 수 없이가 아니라 들키는 게 아니라, 제대로, 오즈의 입에서 말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망령들이 붙어있는, 오즈의 옆얼굴을 올려봤다.

아키라 : (게다가, 영을 없애는 건 쉽다고 했어. 그런데도, 자신의 정체를 지키기 위해, 그들을 없애지 않는 건…… 지금의 오즈가, 상냥한 사람이기 때문이잖아. 설령, 옛날에는 마왕이었다고 하도라도)

망설인 끝에, 난 오즈의 앞에 섰다. 그를 밀어서 막기 위해, 가슴을 손으로 눌렀다.

오즈 : ……뭐야.

아키라 : 이 앞으로는 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희들끼리 어떻게든 할게요.

오즈 : 현자…….

아키라 : 당신은 여기에 있어주세요.

오즈 : 바보 같은 짓을……. 아서도, 카인도, 리케도 실력은 있지만 아직 젊은 마법사다. 메사의 역사와 저주를 깨는데, 내 힘이 없으면…….

아키라 : 바보인 건 오즈에요!

오즈 : 뭐라고?

바보라는 말에, 오즈가 핏대를 세운다. 다른 말을 찾을 여유도 없이, 나는 열심히, 말을 계속했다.

아키라 : 당신이 과거에 한 일도 바보 같고, 지금 하려는 일도 바보 같아요! 제대로……. 제대로 생각해주세요! 당신과, 당신 주변의 사람들…….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당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오즈 : ……….

 

6화

나는 필사적으로 오즈를 눌렀다. 말을 잃은 듯, 오즈는 날 내려봤다. 그의 가슴에 둔 내 손을, 오즈가 자신의 손바닥을 더했다. 그때, 근처에서 기색을 느꼈다.

아서 : 현자님, 오즈님! 대체 무슨…….

아키라 : 아서, 카인! 이 앞은 저희 3명이서 가도록 해요.

카인 : 어? 오즈는?

아키라 : 배가 아픈 거 같아요!

나는 순간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달려온 3명은 경악한 채, 순수하게 오츠를 걱정했다.

카인 : 뭐라고!? 괜찮아!?

아서 : 배가!? 오즈님, 어디서 쉬시겠어요?

리케 : 배가 아프다니, 간식도 아직 먹지 않았는데, 불쌍하게…….

서툰 내 변명에, 오즈는 머리를 안고있었다.

오즈 : ……바보는 너잖아…….

아키라 : 리케는 오즈에게 붙어있어주세요. 이 앞으로 나아가려 하면, 배를 쓰다듬어줘!

리케 : 아, 알겠습니다!

아키라 : 그럼, 가자!

망령들이 모이기 전에, 나는 아서의 옷을 잡고, 유적으로 걸어갔다. 나에게 끌려가며, 아서가 오즈를 돌아본다.

아서 : 오즈님, 쉬고 계세요! 뒤는 걱정하지 마시고! 전 오즈님의 제자니까요!

오즈 : ……….

눈부신 미소를 짓는 아서를, 오즈는 조용히 지켜봤다. 나는 아서와 카인과 함께, 오즈가 멸망시킨, 고대 도시 메사의 유적으로 나아갔다.

루틸 : 하아……. 괜찮을까, 중앙의 마법사분들…….

미틸 : 분명 리케에게 미움받았을 거야…….

피가로 : 그럴 리 없다니까. 만약 미움받더라도, 미틸에겐 피가로 선생님이 있잖아.

미틸 : ……하아…….

피가로 : 어라? 내 결정적인 대사, 마음에 닿지 않은 느낌?

레녹스 : 기다리기만 하는 거보단, 몸을 움직이는 게 좋을 거 같네. 루틸, 미틸, 마법진 준비를 하자. 그들이 고대의 성전을 찾을 거라고 믿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지원을 하는 거야. 부탁할 수 있을까?

루틸 : 네!

미틸 : 물론!

피가로 : 착한 아이들이네. 그럼, 유적 주변의 상태를, 하늘을 날아서 조사해보고 와줄래?

루틸 : 알겠습니다. 가자, 미틸!

미틸 : 네! 피가로 선생님, 다녀오겠습니다!

피가로 : 응. 조심해.

레녹스 : 빠르네……. 벌써 날아갔어. 피가로 선생님. 저도 두 사람을 따라가겠습니다. 피가로 선생님은…….

피가로 : 여기서 기다릴게. 내가 같이 메사의 유적에 가까이 가면, 뭔가 일어날 거 같고.

레녹스 : ……….

피가로 : 이러는 동안에도, 찌릿찌릿 느껴져. 중앙의 원시의 정령들은 영웅 기질이니까, 북쪽 출신의 마법사를 싫어하네. 악당은 물러가라는 느낌이야. 나도, 오즈도, 결과적으로, 성질은 북쪽 마법사니까…….

레녹스 : ……그렇게 안 보여요.

피가로 : 레노…….

레녹스 : 기질이 바뀌면, 땅에 익숙해져서, 사랑받는다. 저 형제에게 선생님이 과잉보호를 하는 건, 가족을 사랑하는, 남쪽 마법사 같다고 생각해요. 오즈님도 분명……. 사람들 사이의 합이나, 선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기에, 중앙의 토지에게 사랑받는 거겠죠. 분명, 잘 될거에요.

피가로 : ……고마워. 넌, 좋은 녀석이네…….

레녹스 : 뭐, 피가로 선생님보다는.

피가로 : ……….

레녹스 : 전언 철회는 받지 않아요.

나는 아서랑 카인과 함께, 유적의 안을 나아가고 있다. 오즈가 없으니,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검은 기운들이 사라졌다. 눈부신 맑은 하늘 아래, 열기를 가득 담은 바람이 분다.

아키라 : (모두가 의지하는 오즈를 두고 왔어. 아서랑 카인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내가 똑바로 해야 돼……)

주먹을 쥐고, 한 발 한 발 나아갔다. 긴장한 내 상태를 눈치챘는지, 아서가 돌아봤다.

 

7화

아서 : 현자님, 지치셨나요?

아키라 : 아……. 괜찮아요.

아서 : 부디 안심해주세요. 오즈님은 안 계시지만 저랑 카인이 붙어 있으니까요.

카인 : 맞아, 아키라. 무슨 일이 일어나도, 너에겐 상처 하나 없게 할게.

아키라 : (아서……. 카인……. 씩씩한 왕자님과 기사님 둘 이 있으니 든든하네……)

아서 : 이 몸을 바쳐서라도 지키겠습니다.

카인 : 널 위해서, 목숨을 걸게.

아키라 : 무, 무모한 짓은 하지 마. 자기를 소중히 하고, 안전제일로 해주세요.

정의감이 강하고,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두 사람은, 모두 물불을 가리지 않는 면이 있다. 걱정하는 나처럼, 그들도 서로 느낀 것 같다.

카인 : 아서 전하. 그건 기사의 일입니다. 전하는 왕자니까, 그다지 무리하지 말아주세요.

아서 : 뭐야, 갑자기 경어를 쓰고. 현자님의 마법사라는 입장에선, 우리는 대등하잖아.

카인 : 그럴 순 없지. 나에게, 너는 주군이니까.

아서 : 카인은 둘도 없는 친구야. 친구가 되어달라고 말하고, 황송해하지 않은건 카인뿐이야.

카인 : 아하하. 나는 뻔뻔하니까.

아서 : 그런 점이 좋아. 그러니까, 갑자기 부하가 되지 말아 줘. 나랑 너는 대등하잖아.

카인 : 그것만은 양보 못하겠어. 주군을 지켜야 기사다. 폼 잡고 싶으니까 허세를 부리겠어.

아서 : 카인은 멋있어.

카인 : 영광스럽습니다, 전하.

농담하며 웃는 두 사람은, 신분의 차이를 넘어, 합이 맞는 형제 같았다. 그들의 대화에, 느슨해져 있는데, 갑자기 카인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카인 : ………! 움직이지 마, 아키라.

아키라 : ………읏.

아서 : 왜 그래, 카인.

카인 : 발소리가 들렸어. 그것도 다수의…….

카인이 빠르데 시선을 돌렸다. 그때, 전방에 있는 유적의 조각에서, 우리들의 앞을 가로지르듯이, 무언가가 달려갔다. 웃음소리를 내는, 아이들이다.

아이 : 아하하하……!

아키라 : ………!? 아이!? 이런 곳에…….

카인 : 내 눈에도 보여……. 마물의 하나인가?

아서 : 옷이 옛날 같았어. 마치, 마도서에서 본 고대인의…….

아서와 카인이, 갑자기 나를 감싸듯 앞에 섰다. 파란 하늘, 흰 유적, 바람의 소리……. 아이들의 기색을 찾아서, 숨을 멎었다. 들려오는 건, 웃음소리가 아닌, 멋진 음색이었다.

아키라 : (이 소리는, 아까……. 하프의 음색……?)

방랑 시인의 모습을 찾아, 천천히, 유적으로 시선을 돌린다. 빙글 시선을 돌린 순간, 나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봤다. 한순간에, 유적에 사람들이 넘치고, 활기가 있는 거리의 풍경으로 변화했다. 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가게 주인……. 큰 짐을 안고 걷는 여성……. 시장을 가로지르는, 건강한 아이들……. 멸망하기 전의 메사에 있는 것처럼.

시장의 점주 : 자아 자아, 모이세요! 이 도시에서 구할 수 없는 건 없으니!

길을 걷는 여성 : 어머, 예쁜 마나석! 메사의 전사들이 승리한 덕분이야! 얘야, 달리면 안 돼!

아이 : 괜찮아!

남성 : 어서 오시길, 세계의 수도 메사에! 메사의 오아시스는, 이 세상의 극락이야!

카인 :  ……오아시스……?

멍하니 서서, 카인은 시선을 유적의 너머로 향했다. 끝없이 펼쳐져 있던 광야에, 넓은 샘과, 생기 있는 물가에 녹색이 계속돼있었다.

아서 : ……이건 환영인가? 메사의 망령들의 모습인 걸까?

카인 : 메사는 재앙에 의해서, 하룻밤 만에 멸망한 도시라고 했었지. 그렇다면, 메사의 백성들의 영혼은……. 자신들이 죽었다는걸, 모르는 게 아닐까?

아키라 : (메사는 재앙에 의해서 멸망한 게 아니야……. 메사를 멸망시킨 건, 오즈다…… 이렇게 활기 있는 도시였는데……. 오즈는 어째서, 메사를 멸망시킨 거지?)

 

8화

리케 : 배의 상태는 어떠신가요?

오즈 : ………. 문제없어.

리케 : 얼굴 찌푸리고 계시잖아요. 무리하는 건 안돼요.

오즈 : 아니…….

리케 : 실은, 네로에게 받은 간식이 있어요. 배가 아프시다면, 간식은 못 드시겠죠?

오즈 : ………. 너 혼자 먹어도 돼.

리케 : 와아! 그럼, 사양 않고! ……? 뭘까요, 이게……. 패턴이 있는, 사각형의 스펀지처럼 보이는데…….

오즈 : 파운드케이크다.

리케 : 알고 계시나요?

오즈 : 구운 적이 있다. 태워버렸지만…….

리케 : 구워서 만드는 거네요. 관계없는걸, 물어도 괜찮을까요?

오즈 : 뭐지.

리케 :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강해질 수 있나요? 훈련하면, 강해질 수 있나요?

오즈 : ……….

리케 : 또 하나 물어봐도 괜찮나요?

오즈 : 아직 대답하지 않았는데…….

리케 : 오즈는 대화하는 속도가 조금 느려요. 아서님을 길러주신 부모라고 들었는데, 아서님께 불만을 들으신 적은 없나요?

오즈 : ……아서는 말하지 않았다.

리케 : 아서님의 관용이네요. 얘기를 돌릴게요. 두 번째 질문입니다. 당신은 그렇게 큰 힘이 있는데, 어째서, 나서서 사람을 도와주지 않나요? 제가 당신이라면, 좀 더 사람을 구할 거예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거예요. 당신은 강하지만, 조금, 게으름뱅이에요.

오즈 : ……….

리케 : 파운드케이크, 맛있어! 주름진 검은콩이 포도 같은 맛이 나서 달고 맛있어요.

오즈 : 그건 포도다.

리케 : 아니에요. 포도를 본 적이 없으신가요? 포도는 둥글고 물 같아요.

오즈 : 건포도라고 하는…….

리케 : 앞선 질문의 대답은? 아직, 대답하지 않으셨는데요.

오즈 : ………. 너는 대화가 자주 바뀌는구나.

리케 : 오즈가 말하지 않으니까에요. 멍하니 있으면서, 사람의 말을 듣지 않죠.

오즈 : 듣고 있어.

리케 : 그럼, 어째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가요?

오즈 : 뭐라 답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다.

리케 : 그럼, 다음부터는 그렇게 말해주세요. 방금 질문의 대답은?

오즈 : 뭐라 답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다.

리케 : ………. 바보 취급 하는 건가요?

오즈 : ……하지 않지만, 생각해봐라. 천년 이상, 혼자였다. 아서를 키운 것도 몇 년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대화는 못해.

리케 : 물 흐르듯 했나요?

오즈 : 너는 생각한 걸 바로 입 밖으로 내뱉어. 너의 말을 누구나가 이해하고, 너의 질문에 대답할 거라고 믿고 있어. 하지만, 그건 틀렸다. 너에게는 구호처럼 보이더라도, 상대에게는 비극일 수 있어.

리케 : ……무슨 의미인가요?

오즈 : 앞선 질문의 대답이다.

리케 : 아까의? 갑자기? 오즈, 말하는 게 서툴지 않나요?

오즈 : 그렇게 말하고 있다. 입 주변에 먹은 찌꺼기가 붙어있어. 이쪽을 쳐다보렴.

리케 : 응……. 감사합니다.

오즈 : ………. ……아서의 어릴 때 같구나.

리케 : 오즈가?

오즈 : 네가.

??? : ……오즈……. 오즈…….

리케 : 어……? 뭔가 보이지 않는 기색이……. 오즈의 이름을 부르고 있지 않나요……?

오즈 : ……….

리케 : ……어라……? 음색이……. 유적에 오기 전에 들은 듯한 음색이 들려…….

메사의 환영 속에 서있는, 우리들의 옆을, 한 젊은이가 앞질러갔다.

아키라 : (어라……. 저 사람이 든 나무 판자 같은 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 : ……읏, 하앗, 하아……!

금발의 청년은, 나무판자를 확 분리하고, 현을 치듯이 작은 하프를 안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듯한 얼굴로, 뭔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그의 등 뒤에서, 무서운 고함 소리가 들렸다.

남성 : 괘씸한 음유시인 놈! 백성의 불안을 부추기는 노래나 하고! 목을 비틀어주지……! 음유시인, 이라고 불린 청년은 굴러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그들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음유시인 : 기다려주세요! 그 노래는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저는 메사의 백성에게 충고를 전하는 거라고요!

남성 : 이 거짓말쟁이가……!

카인 : 멈춰!

채찍을 가진 남자의 앞에, 카인이 섰다. 하지만, 채찍은 타인을 통과하여, 음유시인의 어깨를 쳤다.

음유시인 : 으읏……! 진짜야……. 난 정령의 왕에게 들었어. 정령의 왕이 메사를 멸망시킬 거야……. 마법사는 정령의 사역이야! 억압당하는 마법사들을 보고, 정령의 왕은 화내고 있어……!

아키라 : (억압당하는 마법사……?)

남성 : 닥쳐! 마법사 놈들의 편을 하다니, 그렇다면, 너도 마법사군!?

음유시인 : 아……, 아니에요! 저는 마법사 같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정령의 왕이…….

남성 : 메사에서 나가……! 다음에 만났을 때, 목숨은 없다!

음유시인 : ……….

떨어트린 하프를 줍고, 음유시인은 달려갔다. 그 등은, 혼잡 속으로 사라져갔다. 술렁술렁, 오아시스의 새싹들이 소리를 낸다. 다음에 들린 건, 비명이었다.

 

9화

여성 : 그만둬! 그 애를 데려가지 마!

아이 : 엄마, 엄마!

남성 : 이 아이는 마법사로군. 이 아이가 신성한 메사의 샘물을 조종하는 걸 본 자가 있어!

여성 : 아니에요! 부탁이니까, 그 아이를 죽이지 말아 줘!

남성 : 마법사는 질서를 어지럽히지! 어른이 되면, 더 큰 힘을 가져! 성장하기 전에 마법사는 죽여서 돌로 만들어야 해! 슬퍼할 필요 없다. 마법사의 돌은 높은 가격에 거래되지. 메사의 번영의 근원이야!

아이를 안아올리고, 남성은 떠나갔다. 어머니 같은 여성은 웅크리고 울음을 터트렸다.

아서 : 기다려……!

쫓아가려던 아서의 눈앞에서, 그들의 환상은 사라졌다. 활력 있는 도시의 풍경이 계속됐다.

아키라 : (이건, 과거 메사의 환상……. 지금의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어. 고대 도시 메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니……)

그 뒤로도, 만화경처럼, 메사의 환상은 바뀌어갔다. 밝은 미소를 주고받는 사람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붙잡히는 마법사. 일상의 은혜에 감사하는 상냥한 사람들. 돌이 된 마법사를, 주워 모으는 사람들. 사람들의 손 안에서, 마법사의 돌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아서가 경악하여 중얼거렸다.

아서 : ……메사의 번영은, 마법사들의 희생에 의해, 이루어졌던 건가…….

카인 : 이런 시대가 있었다니……. ……이런 시대를 봤다면, 오랜 세월을 살아온 북쪽 마법사들이, 인간들을 모멸하는 건 당연해……. ……어째서, 이런…….

나는 슬퍼져서, 꽉 주먹을 쥐었다. 가장 슬펐던 건, 메사의 백성들이, 욕망에 더럽혀진, 악인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두, 가족이나 친구에게 따뜻한 미소를 짓고, 메사의 도시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정의감이 넘치는 눈빛을 하고 있다. 식인 늑대를 잡아, 모피를 얻는 것처럼, 마법사들을 돌로 만드는걸, 정당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동료를 지키는, 상냥한, 보통의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

아키라 : (정의란……. 옳은 일이란 뭘까. 나도 이 도시에서 자랐다면, 마법사를 싫어하고, 마법사의 돌을 원하며, 지냈을까…… 나를, 상냥한 사람이라고 의심도 하지 않으며……)

대답 없는 자신에게의 질문에, 타격을 받을 뻔했을 때, 하프의 음색이 들렸다. 유적의 저편에 있는, 샘의 녹지 옆에서, 음유시인인 청년이, 뭔가에 겁먹은 거처럼, 하프를 안고 앉아있다.

음유시인 : ……읏, 아무도 내 노래를 들어주지 않아……. 이대로라면 정령의 왕이, 메사를 멸망시키러 올 텐데……. 정령의 왕……. 아니, 신일지도 몰라……. 엄청난 힘으로, 정령들을 지배한, 얼어붙은 불꽃같은 눈을 한, 그분……. 1년전……. 메사의 백성들의 행위에 분노하신 그분에게, 필사적으로 목숨을 구걸했다……. 1년만 기다려주세요. 1년 안에 메사의 백성들의 행위를 고치게 하겠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세요라고……. 그런데, 난……. 메사의 백성들을 바꾸기는커녕, 내가 마법사라고도 말하지 못한 채… ……지금, 모든 걸 포기하고……. 메사의 도시를 버리려고 하고 있다…….

메사의 백성 : 그 음유시인이다! 불길한 메사의 멸망의 노래를 부르는, 음유시인이 있어!

메사의 백성 : 돌을 던져라! 메사에서 나가! 집을 불태우고, 자산도 파괴했는데, 아직도 메사에 눌러앉아있냐!

메사의 백성 : 나가! 나가!

음유시인 : ……읏, ……어리석은 놈들……. 아아, 나가주지. 좋을 만큼, 번영을 이루도록 해라……. 정령의 왕, 마법사의 왕……. 오즈가 메사를 멸망시키러 오는 것도 모른 채!

음유시인의 청년은, 소리치며, 샘 근처에서 달려갔다. 그 그림자는 아지랑이처럼 흔들려 보이지 않게 됐다.

아서 : ……오즈……?

오즈의 이름을 아서가 중얼거린 순간……. 환영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감정이 담기지않은 눈으로, 이쪽을 돌아본다.

메사의 백성 : ……오즈…….

메사의 백성 : ……오즈……. 어째서…….

카인 : ……상태가 이상해. 아키라, 나한테서 떨어지지 마.

아키라 : ……, 네.

메사의 백성들은, 점차 구부렁 왜곡돼서, 사람의 형태를 할 수 없게 됐다. 까칠까칠한 모래가 돼서, 흘러내리며, 눈과 입만을, 뻐끔 열고, 이쪽으로 가까워져온다.

메사의 백성 : 어째서……. 어째서…….

무너지는 양팔을 든 그들은, 한탄하는 것처럼, 화내는 것처럼도 보였다.

아서 : 온다!

아키라 : ………!

 

10화

아서가 소리친 순간, 메사의 백성이었던 모래가, 사삭하고 움직였다. 파도처럼 높이 올라, 짐승과 같은 속도로, 우리들을 덮쳐온다.

아서 : ≪ 파르녹턴 닉스지오 ≫

한순간에, 우리들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카인에게 안겨, 빗자루를 타면서, 지상에 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비명을 질렀다.

아키라 : 저쪽……! 흙투성이의, 뼈의 산이……!

카인 : ………! 아직 새로운 여행 도구도 있어……. 혹시, 행방불명이 된 여행자들은…….

아서 : 메사에 휩쓸렸을지도 몰라. 제사의 저주를 풀고, 백성들의 영혼을 정화해야 돼. 카인, 현자님을 부탁할게.

카인 : 아서! 아까 얘기 못 들었냐고! 너에게 무리는 시킬 수 없어!

아서 : 현자님을 맡길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이 정도의 방황하는 영혼들을, 인도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아서 : 이게 내 역할이야.

각오를 다진 거처럼, 아서가 앞을 바라봤다. 평소에는, 차분한 그가, 어둠을 가르는, 날카로운 빛과 같은, 눈빛을 하고 있다. 중앙 마법사의 얼굴을 하고 있다. 사람들을 지도하고, 사람들을 구한다. 그 역할앞에 무서운 건 아무것도 없다.

언제나, 상냥한 형 같은 얼굴로 웃는 카인도, 용맹한 얼굴로, 강하게, 빗자루를 고쳐잡았다.

카인 : 아키라, 꽉 잡아줘. 아서를 원호한다.

아키라 : 알겠습니다.

바람들 가르듯 날며, 카인은 멋진 검을 뽑아, 주문을 읊었다.

카인 : ≪ 그라디아 프로세라 ≫ !

뱀처럼 꿈틀거리는, 모래 괴물들을, 카인의 검이 베어간다. 하지만, 잘려도, 무너져도, 또 다른 모래 괴물들이, 엄청난 속도로 덮쳐온다. 그들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메사의 저주받은 모래가 역동적으로 계속해서, 흝어지고, 터지며, 포효했다.

카인 : 아서, 위험해……!

아서 : ………!

순식간에, 높이 솟구친 모래가, 아서를 사방팔방에서 둘러싸고, 동시에 덤벼든다. 아서의 몸이 대량의 모래에 붙잡힌 순간, 그는 마도서를 열었다.

아서 : ≪ 파르녹턴 닉스지오 ≫ !

무서운 모래바람 속에서, 아서의 몸이 밝은 빛을 띄웠다. 그러자, 모래의 기세가 없어지고, 지상에 낙하했다.

아키라 : 다행……. ………!

안심한 순간, 더욱 커다란 모래 기둥이 무수히 솟아올라, 용처럼, 아서를 습격했다.

아서 : ………!

카인 : 아서……!

아서는 순식간에, 모래 기둥에 삼켜졌다. 눈으로 잡지 못할 속도로, 땅속으로 끌려갔다.

아키라 : 아서……!

한순간에,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됐다.

카인 : ……아서……! ……읏, 잘도……!

분노를 낮은 소리로 신음하며, 카인은 빗자루를 저공 시켜, 지상을 아슬아슬하게 날았다. 덮치는 모래들을 신속하게 피하며, 아서가 사라진 장소에, 검을 꽂았다. 아서를 찾아내기 위해서, 마법으로 지표의 모래들을 날려버리려고 하고있다.

카인 : ≪ 그라디아 프로세라 ≫ !

빛을 내는 검을 중심으로, 토네이도처럼, 모래가 날아간다. 하지만, 얼마나 모래가 날아가더라도, 아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다가왔다. 뱀처럼 송곳니를 향하는 모래 괴물이 카인에게 덤벼든다.

아키라 : 카인……!

카인 : ………!

루틸 : ≪ 알토닉 세토마오제 ≫

부드러운 빛이, 모래 괴물의 머리를 감싼다. 조금이지만, 모래 괴물의 송곳니가 너덜너덜하게 무너져, 움직임을 멈췄다. 그 틈에, 안전한 장소까지 상승한다. 우리들의 눈앞에는, 루틸과 미틸이 있었다.

아키라 : 루틸, 미틸……!

루틸 : 깜짝이야! 모래 괴물에게 습격당하는 두 사람을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카인 : 루틸, 살았어!

미틸 : 무사하신가요, 현자님!? 다른 중앙의 마법사들은!?

아키라 : 아서가……. 아서가 모래 속으로 끌려가서……!

루틸 : 아서 왕자가!?

카인 : 내가 구하러 가겠어! 너희들, 현자님을 부탁해도 괜찮을까!?

루틸 : 물론이죠, 라고 하고 싶지만, 저희 남쪽 마법사들이 지킬 수 있는 상대일지는 모르겠어요……!

미틸 : 미스라씨에게 받은, 기분 나쁜 도마뱀 부적에서, 아까부터, 계속 소리가……!

미스라의 부적 : 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 도망쳐도망쳐도망쳐도망쳐도망쳐도망쳐.

미스라의 목소리로 충고가 들려오던 중, 소리가 들리고, 재생한 조금 전의 모래 괴물이 습격했다. 게다가, 한 마리가 아니다. 무수히 많은, 늑대의 얼굴을 하고, 뱀 같은 몸을 한 괴물이, 일제히 우리를 향해 온다. 위로, 날아서 도망치려 해도, 그건 하늘을 덮을 정도의 수였다.

아키라 : (도망칠 곳이 없어……!)

카인이 내 몸을 안고, 루틸의 빗자루 쪽으로 던졌다.

아키라 : 와앗……!

루틸 : 현자님……!

카인 : 내가 저주를 받을게! 그 사이에, 현자님과 도망쳐! 오즈를 찾아줘!

루틸 :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카인 : 아서를 도와줘! 부탁할게!

 

11화

카인은 빗자루를 버리고, 모래 괴물들이 둘러싼 하늘로, 몸 하나만으로 떠올랐다. 멀어지는 카인의 등에, 난 창백해졌다.

아키라 : (저주를 받는다니 뭐야!? 죽겠다는 거!?)

아키라 : 싫어요……! 카인……! 카인……!

카인 : ≪ 그라디아 프로세라 ≫ !

아키라 : ………!

희미한 빛을 띈 카인의 몸에, 모래 괴물들이, 이끌려간다. 굉음을 내며 꿈틀거리는 모래폭풍과, 엉망진창이 된, 카인의 손발 틈새로, 밝은 파란 하늘이 보였다.

사각사각하고 모래가 흘러가는 소리가 난다……. 눈치채면, 난 모래투성이로, 루틸이랑 미틸과 함께, 유적의 지붕 위에 있다.

미틸 : ……읏, ……아……. ……괴물들이 사라졌다…….

루틸 : ……읏, 무사하신가요, 현자님……!

아키라 : ……카……, 카인은……!?

오즈 : 여기 있다.

들린 목소리에, 휙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카인을 안고 있는 오즈와, 리케의 모습이 있었다.

아키라 : 카인……!

카인은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너덜너덜하게 옷도 찢어지고, 손발도 상처투성이가 되어있다.

아키라 : (설마……)

비명을 지를 것 같은 공포가,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다. 오즈는 카인을 눕히고, 움직이지 않는 그의 앞머리를, 살짝 넘겨주었다. 그러자, 한쪽의 빨간 눈동자만이, 두리번두리번 움직이고 있었다.

오즈 : 오웬의 눈알이 지켜줬군.

아키라 : ……읏, 다행이다…….

나는 안심해서, 그 옆에 주저앉았다. 카인에게 만약의 일이 있었다면, 제정신이 아니게 됐을거다.

루틸 : ……읏, ……카인씨……. 저희들을 지키기 위해…….

미틸 : 약초를 가져왔습니다! 카인씨를 응급처치 하겠습니다.

리케 : 미틸. 역시, 미틸도 와주셨군요.

미틸 : 리케…….

카인을 응급처치하는 미틸을 보고, 리키가 기쁜 듯이 웃었다.

오즈 : 아서는 모래 속인가.

아키라 : 맞아요! 움직이는 모래에 삼켜져서……. ……읏, 제가……. 제가 당신을 떼어놔서…….

오즈 : ……….

아키라 : 아서를 구해주세요, 오즈!

신에게 기도하듯이 호소했다. 오즈는 조용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의 마도구인 지팡이를 리케에게 줬다. 지팡이의 주위가, 반원 모양으로 희미하게 빛나, 우리들을 지키듯이 둘러쌌다.

오즈 : 메사의 백성들은 다시 덮쳐온다. 그 지팡이를 결계의 매개로 해라, 할 수 있지.

리케 : 알겠습니다.

리케 : ≪ 산레티아 에디프 ≫

리케가 주문을 읊자, 오즈의 지팡이와, 리케의 랜턴에서 빛이 흘러, 모래가 섞인 바람을 차단했다.

아키라 : 오즈는…….

오즈 : 아서를 구하러 간다. 방황하는 영혼에게 온정을 베푸는 것도 여기까지다.

무서운, 얼어붙을 것 같은 눈동자를 찌푸리며, 냉정하게 오즈가 말했다. 그건 마왕의 얼굴이다.

오즈 : 다시 멸망시켜주지.

아키라 : 오즈……!

그리고, 연기처럼, 오즈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서 : ……으…….

아서 : (……여긴 어디지……. 몸이 무겁고, 움직이지 않아……)

메사의 백성 : ……오즈…….

메사의 백성 : ……오즈……. 어째서…….

아서 : (어째서, 그렇게 분한 듯이, 원망하듯이, 오즈님의 이름을 부르는 거야……. 오즈님은 상냥한 분이신데…… 상냥하시고, 강하시고, 계속, 내 우상이었다…… ……오즈님……. 어디선가, 오즈님의 목소리가……)

어린 시절의 아서 : 오즈님! 오즈님!

오즈 : ……왜 그러지.

어린 시절의 아서 : 크면, 저도 오즈님처럼, 강한 마법사가 될 수 있나요?

오즈 : ………. 그래. 나보다 강한 마법사가 될 수 있다. 이 세계의 모든 축복을 주지. 네가 건강하게 자라, 행복하게 된다면, 다른 소원은 없어. 나보다 강한 마법사가 돼서, 부디……. 나보다 먼저 돌이 되지 말아 줘.

루틸 : ……오즈님과 아서님은 무사하실까요…….

아키라 : 분명, 오즈라면……. ………!

갑자기, 붉은 섬광이 메사의 유적을 가로질렀다. 거대한 모래 기둥이, 지면에서 하늘로 솟구쳤다. 그곳에는, 아서를 안은 오즈가 있었다.

리케 : 오즈……!

미틸 : 아서님도 함께다!

모래를 물리치며, 오즈는 우리들이 있는 유적의 지붕으로 왔다. 팔 안의 아서의 몸을 흔든다.

오즈 : ……아서…….

아서의 반응이 없다. 오즈는 아서의 뺨을 치며, 큰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오즈 : 아서……!

 

12화

오즈의 목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필사적인 울림이다. 그에 반응하듯, 아서의 손끝이, 약간 떨렸다.

아서 : ……읏, ……오즈님…….

아키라 : 아서……!

리케 : 무사하셔서 다행이야……!

희미하게 눈을 뜬 아서에게, 모두,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오즈조차, 안도의 숨을 쉬고 있었다. 괴로운 듯 호흡하며, 아서는 작게 미소를 띠었다.

아서 : ……예전 꿈을 꿨습니다……. 오즈님의…….

오즈는 쓴웃음을 지으며, 눈썹을 내렸다.

오즈 : 무리를 해서, 날 휘두르는 꿈인가. 컸는데도, 언제까지나, 너는 변하지 않아.

아서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다시, 유적의 모래가 물결치기 시작했다. 사삭하고 소용돌이가, 우리들을 둘러쌌다. 아서를 루틸에게 맡기고, 오즈는 리케에게 지팡이를 받고 일어섰다. 냉철한 시선으로, 죽은 자들을 내려봤다.

메사의 백성 : ……오즈…….

메사의 백성 : 오즈…….

오즈 : ……성가셔. 형태도 없이, 영혼부터 없애주지.

아서 : ……읏, 안돼요, 오즈님…….

아서가 몸을 일으켜,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며, 오즈를 말렸다.

아서 : 축제를……. 고룩한 축제를 열면, 메사의 백성들의 영혼도, 인도할 수 있을 터…….

오즈 : ……축제…….

카인 : ……읏, 그 말 대로야…….

미틸 : 카인씨……!

어깨로 호흡하며, 카인도 얼굴을 들었다.

카인 : ……이 정도의 상처,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들의 역할을 할 수 있어……. 오즈…….

리케도 끄덕였다. 그의 마도구인 랜턴을 공중에 띄워, 똑바로, 앞을 바라봤다.

리케 : 방황하는 자들을, 빛의 아래로 인도하는 것이, 특별한 힘을 가진, 마법사들의 숙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죠.

아서, 카인, 리케의 얼굴을 돌아보는 사이, 얼어붙은 불꽃같던 오즈의 눈동자에, 평소의 온화함이 돌아왔다.

오즈 : ……알겠다. 축제를 가지.

아서 : ……읏, 네!

루틸 :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축제에 간 동안, 저희들이 여러분을 지킬게요……!

미틸 :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미스라의 부적 : 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 도망쳐도망쳐도망쳐도망쳐도망쳐도망쳐.

루틸 : 정말! 미스라씨의 부적, 시끄러워요!

미틸 : 모처럼, 폼 잡았는데, 망치잖아요!

피가로 : ㅡ원호는 내가 맡을게.

머리 위에서 들린 소리에, 우리는 확 머리를 들었다.

루틸 : 피가로 선생님! 레노씨!

레녹스 : 늦어서 미안. 괜찮아?

피가로 : 오즈, 도와줄 테니 갔다 와. 안심하고 축제에 가면 돼.

피가로는 입꼬리를 올리고, 조롱하듯이, 꿈틀거리는 모래를 내려봤다.

피가로 : 저주받은 우민 놈들……. 저주밖에 뇌에 없는 벌레가, 누구에게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지 깨닫는 게 좋아.

레녹스는 질린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레녹스 : 그런 말을 하니까 악역 같지 않습니까…….

미틸 : 선생님, 뭐라고 하셨나요-!?

피가로 : 모두~! 화이팅~! 이라고!

오즈 : 기분 나빠…….

피가로 : 시끄러. 빨리해야 할 일 하고 와.

불만스러운 듯 눈썹을 올리고, 오즈가 지팡이를 손에 쥔 채,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뒤로, 만신창이인 아서도, 카인도, 리케도 따라갔다. 천천히, 오즈가 높이 지팡이를 들었다. 조용히,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오즈 : ≪ 복스노크 ≫

아키라 : ………!

세상에서 빛이 사라지고, 쿵, 하고 뱃속이 무거워졌다. 서쪽 신전을 되살릴 때처럼, 엄청난 충격이 덮친다. 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쭉 뻗어지는 듯한, 작은 폭발이 몇 개나 일어나는 듯한. 굉장히 무서워져, 도망치고 싶어졌다. 그렇게 생각하면, 몸을 일으키게 만드는, 용기와, 신념이, 가슴속에서 올라온다. 똑바로, 등을 펴고, 똑바로, 앞만을 보게 만드는 듯한, 불굴의 기색이 다가온다.

아키라 : ………!

확 눈을 뜨면, 그곳은 신전이었다.

 

13화

별과 달의 빛밖에 없는 고독한 신전이다. 그런데, 들은 적 없는, 음색이 들려온다. 거룩한 축제의 음색이다. 중앙의 마법사들이, 드높이 주문을 읊자, 그들의 몸이 얕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아서 : ≪ 파르녹턴 닉스지오 ≫ !

카인 : ≪ 그라디아 프로세라 ≫ !

리케 : ≪ 산레티아 에디프 ≫ !

오즈 : ≪ 복스노크 ≫

어느샌가, 나타난 서쪽 마법사들도, 중앙의 마법사들을 지원하는 것처럼 주문을 읊었다.

루틸 : ≪ 알토닉 세토마오제 ≫

레녹스 : ≪ 포세타오 메유바 ≫

미틸 : ≪ 알토닉 세아루시스필체≫

피가로 : ≪ 폿시데오 ≫

그러자, 별빛보다 눈부시게, 태고의 신전이 빛나기 시작했다. 커다란 빛의 기둥이, 신전의 중앙에 솟아올랐다. 마법사들을 감싸는 은은한 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별똥별처럼, 커다란 기둥으로 빨려 들어갔다. 반짝이는 눈부심에, 시계가 하얗게 흐려진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유적의 지붕 위에 돌아와있었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던 모래가, 바람에 바슬바슬, 날아갔다. 평온한 기색의, 작은 빛들이, 반딧불이처럼, 하늘 저편으로 떠나갔다. 희미하게, 하프의 소리를 내며…….

아키라 : (메사에 오기 전 봤던 음유시인인 여행자는, 메사를 버린, 그 음유시인의 영혼이었을지도 모르겠네…… 그 사람의 노래만이, 재앙이 일어나 멸망한 환상의 도시로, 잊힌 메사를 계속 얘기하고 있었을지도…… 이 도시가 멸망한 진짜 이유를, 오즈는 언젠가, 아서에게 얘기할까……)

오즈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비틀거리는 아서에게 손을 빌려주고 있었다. 아서는 신뢰가 가득한 미소로, 오즈를 올려보고 있었다.

아서 :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즈님.

카인 : 그보다, 아서는 막무가내야. ……읏, 아야야……!

루틸 : 카인씨도 똑같아요.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했어요…….

미틸 : 저도예요……. 중앙의 마법사분들은, 모두, 결단성이 있으니까…….

리케 : 하지만, 미틸도 도와주러 오셨어요. 둘의 추억이 늘었네요!

미틸 : 기, 기쁘지만, 좀 더 안전한 추억을 만들도록 해요.

아키라 : 저도 수명이 줄어들었어요….…. 중앙의 마법사는, 막무가내에, 죽음을 모르네요……. 하지만, 그렇기에, 불가능하다고 생각된걸, 성공시킬 수 있었네요.

아서 : 현자님…….

아키라 : 덕분에, 중앙의 신전을 되살리는 게 가능했어요. 여러분, 감사합니다.

아서 : 현자님에게 도움이 됐다니, 영광이에요. 앞으로도, 목숨 걸고…….

아키라 : 모, 목숨은 걸지 않아도 괜찮아요. 잠시 동안은 안정을 취해주세요.

피가로 : 자아, 해가 지기 전에, 오즈의 마법으로 마법관에 돌아가자. 부상자는 바로 선생님의 진료실로 오렴.

레녹스 : 손을 빌려줄게.

카인 : 미안, 고마워.

그때, 멀리서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 : 어-이, 기다려줘……!

광야의 저편에서, 누군가가 손을 흔들고 있다. 하프를 안고, 음유시인풍의 여행자였다. 햇빛에 탄 피부의, 갈색 머리의 청년이었다. 청년은 우리들의 근처로 달려오곤, 안심한 듯이, 미소를 지었다.

음유시인 : 다행이다, 사람이랑 만나서. 난 여행 중인 음유시인이야. 아무래도, 길을 헤매는 중인거 같아서. 이런 유적, 처음 봤어.

아키라 : (그야 그렇지……. 아까까진 없었으니까……)

음유시인 : 중앙의 수도에 가고 싶은데, 도중까지 함께 데려가 주지 않을래? 봐, 이 근처, 묘한 소문이 있잖아. 여행자가 행방불명이 된다는…….

아서 : 그거라면 괜찮아. 여행자를 습격하던 마물이라면 우리가 퇴치했어.

음유시인 : 마물……? 당신들은……?

아서 : 현자님의 마법사다. 이분이 현자님. 난 중앙의 왕자 아서다.

음유시인 : 뭐……!?

음유시인의 청년은, 깜짝 놀란 얼굴로, 힐끗힐끗 우라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황송하면서도, 붙임성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음유시인 : 현자님에 중앙 나라의 왕자님이라니. 이건, 길을 잃은 덕분에, 좋은 여행 선물이 된 거 같아요. 당장, 새로운 곡을 만들어야지.

미틸 : 저기, 돌아가면서, 음유시인분의 노래 들려주실 수 있나요?

음유시인 : 물론, 쉬운 일이죠. 여러분은 마물 퇴치의 얘기를 해주세요. 천년 전부터 구전되는 노래를 하겠습니다. 현자님, 마법사분들. 여행자의 안전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의 말을 듣고, 나는 오즈와 얼굴을 마주하고 웃었다. 새로운 세계와, 모험을 꿈꾸며, 이 땅을 여행하는 음유시인에게 도움을 준 것이, 몹시나 기뻤다.

아키라 : 아뇨. 이쪽이야말로, 길을 잃을 정도로 여기 지형을 바꿔버려서 죄송합니다. 이 유적은 오즈가 되돌린 걸로…….

음유시인 : 오즈!? 오즈라면 그 오즈인가요!? 오즈는 어떤 마법사인가요?

오즈 : 네 눈앞에 있다. 중앙의 수도에 가기 전에, 마법관에 돌아간다. 부상자가 있으니까.

음유시인 : 네!? 아, 알겠습니다.

오즈 : ≪ 복스노크 ≫

이렇게해서, 중앙의 태고의 신전은 되살아나고, 무사히 거룩한 축제에 갈 수 있었다. 되살려야할 태고의 신전은, 앞으로 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