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쿠보야와 마키하라, 그리고 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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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에 실린 네버지스타 SS 중 하나입니다.


나는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파란 하늘 아래 테라스에서 싱글벙글 맛키는 미소 짓고 있다.


"쿠보야군, 소개할게. 내 여자 친구......"


"친구 토리사와입니다. "


눈꼬리가 올라간 미인이 붙임성 있는 웃음 하나 없이 내 맞은편에 있었다.


(진짜 유코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쿠보야 미하루입니다"


"이쪽은 학원강사 시절의 동료 미나미. 츠지무라군의 팬이야"


"잘 부탁해."


진지하고 강경파 같은 사내가 엷은 미소를 띄웠다.


(미나미 씨다……. 이 사람은 전에도 만난 적이 있어.)


기세에 압도당하는 나의 등에서 솨아솨아 파도소리가 울리고 있다.


나는 맛키의 친가에서 맛키의 친구와 대면하고 있었다.


"참, 와타루군은 학생을 집에까지 데려오고선. 분별력이 없어, 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괜찮아. 이미 생겼었고……"


"어?!"


"아니! 쿠보야군은 성실한 인품이라서, 그 정도는 괜찮아요."


신랑감을 소개하듯 치켜든 말투에 속이 쓰리다. 맛키가 말했듯이 나는 문제를 일으킨 쪽이다.


그를 다치게 하고, 실컷 괴롭혀, 죽은 후루카와나 다름없다.


"쿠보야, 미나미는 학원 실장이야. 올해 추세를 자세히 들어두면 좋을 거야."


"네가 알려주면 되잖아"


"가르치고는 있는데 말이야. 1년만 떨어져 있으면 잘 모르겠어. 새로운 소재를 줘, 올해의 신 소재."


"임시로 아르바이트하러 오지 그래."


미나미 씨라는 남자는 희미하게 핏대를 올렸다. 전에 들은 얘기로는 학원 실장은 바빠서 과로사 직전인 것 같다.


토리자와 씨는 신나게 맥주잔을 비웠다. 여자답게 긴장된, 바닷바람과 어울리는 몸을 하고 있었다.


(...... 이 사람이 전 여자 친구......)


내 시선을 알아차리고 그녀는 몸을 내밀었다.


"겉모습은 가벼운 듯한데 말이 없구나. 낯가리는 거야?


"평소는 그렇지 않은데……. 쿠보야, 긴장하고 있어?"


"아니! 그렇지않슴다! 즐거워요!"


당황하여 웃으면서, 나는 라무네로 건배 시늉을 했다.


두 남녀의 모습을 훔쳐보며 목소리를 낮춰 맛키에게 묻는다.


"맛키, 나 여기 있어도 돼?"


"왜? 괜찮은데?"


"오... 왜 맛키의 친구도 여기에 와 있는 거야?"


"선약을 해버려서 말이야"


기죽지 않고 웃으며 맛키는 맥주잔을 들이켰다. 혼자만 음주하지 않은 미나미가 턱을 괴고 물었다.


"오늘 밤도 묵는 건가."


"아니, 오늘은 돌아갈 거야."


"그럼 마시지 마. 차잖아."


"운전은 칸나미 씨에게 해 달라고 했어요."


"그는?"


"이층에서 자고 있어"


퍼뜩 구실이 생각나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창회를 계속 방해하는 것은 어쩐지 거북하다.


"나, 상태 좀 보고 올게"


"괜찮아. 엄마가 간호하고 계셨고"


"세이쨩 울어버린다……"


"앉아, 앉아. 평소의 쿠보야군 답지 않네. 미나미가 무서운 걸까?"


"나보다 유코쨩이 더 무섭겠지"


"실례되는 말 하지 마. 너희 학교에서 와타루군은 어때?"


시선을 돌리면서, 토리자와 씨는 무뚝뚝하게 물었다. 그 질문으로 알아버렸다.


그녀는 아마, 아직 조금, 맛키를 좋아하는 것 같다.


"뭐랄까, 그, 아주 좋은 선생님임다. 인기 있고, 우리 학교는 젊은 선생님이 많지 않아서……아팟"


"쑥스럽네! 치켜세워주고!"


쑥스러운 웃음을 띠면서, 맛키가 탁 하고 나의 등을 두드린다. 완두콩을 까며 미나미 씨가 쓴웃음을 지었다.


"트러블이 많지, 이 녀석은"


눈을 내리깔고 웃는 모습과 스스럼없이 부르는 말에 눈치채고 말았다. 그도 트러블에 휘말린 동시에, 맛키를 싫어할 수
없는 사람이다.


거리가 멀어진 것을 아쉬워하는 울림마저 있었다.


(우와……)


이마를 쥐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 뭐지, 이 이력서를 멋대로 들여다본 느낌......)


깔깔 웃으면서 맛키가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렇지만도 않아. 쿠보야군은 언제나, 비교적, 나를 의지해 주잖아"


"…………"


"엣... 그런 거 아니었어...?"


"에!? 왜죠?! 맞아요?!"


침통한 표정의 맛키에게, 황급히 나는 긍정해 보였다.


두근두근 긴장하면서, 토리자와 씨의 얼굴과 미나미 씨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저…… 맛키는 두 사람 앞에서는 어떤 느낌이었어?"


"바보."


"분위기를 못 읽어"


휴우 하고 나는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내가 아는 맛키다.


선생님이 아닌 얼굴로 맛키는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책상 꼭대기 서랍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나의 선생님이, 선생님이 아니었을 때의 과거가 여기에 있다.


내가 아는 것도 아닌데 라무네 맛처럼 그립다.


"이런 술 마시는 자리에 아이를 데리고 오다니"


어이가 없다는 듯이 토리자와 씨가 숨을 내쉰다.


맛키는 볼을 풀고 멋쩍은 듯 머리를 쓸어 올렸다.


"하지만 자랑하고 싶었는 걸"


"...... 나를?"


"아니"


흘끗 나를 쳐다보고 맛키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나를 좋아하는, 내 학생"


나지막이 뺨이 뜨거워졌다.


열심히 만든 범선 모형을 자랑하는 카야 씨처럼 맛키는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기뻤다.


그가 남에게 자랑할 만한 하다고 생각하다니 참을 수 없이 기쁘다.


안절부절못하는 내 옆에서 눈살을 찌푸리며 미나미 씨가 불쑥 중얼거린다.


"... 거기서 유코라고 대답했으면 다시 돌아왔을지도 모르는데"


퍼뜩 맛키가 창백해진다.


거의 바로 맛키의 안경을 벗기고, 토리자와 씨는 모래사장에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