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켄타로와 시라미네

www.tarhs.com/thxlove/index.html
홈페이지에 실린 네버지스타 SS 중 하나입니다.


내색하지 않는 것은 둘 다 잘한다.


그를 유도하는 수단도, 그를 도발하는 방법도 알고 있는 것 같다.


"3장 추가할게"


초콜릿 동전을 쌓아놓고 하루토는 신속하게 말했다. 카드를 노려본 렌지가 옆에서 이마를 감싸 쥐었다.


"진짜? 그렇게 좋은 수였던 거냐"


그런 건 아냐,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루토는 흥정을 좋아한다. 허세를 부려 약한 카드를 강하게 보이려고 한다. 강한 카드라면 비장의 카드를 끝까지 숨긴다.


지기 싫어서가 아니라 마치 무언가를 시도하듯이.


"켄타로는 어떡할래?"


카드로 입가를 가리면서 하루토는 물었다. 승부에 뛰어들도록 유도하면서 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눈빛으로.


"그렇군."


나도 생각하는 척하고 필요 없는 카드를 2장 버렸다.


불운한 나는 쓸데없는 눈길을 끌어버려, 쓰리 카드도, 투페어도 되지 못하고, 클럽 퀸의 페어인 채였다.


승패는 어느 쪽이든 좋았다. 살피는 눈빛을 즐기고 있다. 우리가 탐색하는 것은 서로의 속셈이 아니었다.


이 승부에서 그가 이기고 싶은 건가. 아니면, 나를 이기게 하려는 건가.


별 볼 일 없는 노름 탓이다.


"꼴찌는 싫네. 꼴찌가 1등의 말을 듣어야 하는 거잖아."


마키하라가 진지하게 카드를 정렬하고 있다. 야유를 담아 나는 도발했다.


"그래, 지면 노예라고."


"너의 노예가 되고 싶지는 않네"


눈썹을 찡그리는 마키하라 너머에서 하루토가 웃고 있었다. 하루토는 카드보다 나를 보고 있다. 나도 아마 그럴 것이다.


우리는 어느 쪽이 주인이어도 상관없었고, 어느 쪽이 노예라 해도 좋았다. 명하는 쪽이 과연 승자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아마, 누가 이기든 말할 것이다.


지난번 일을 사과하고, 다시 한번 같은 장소로 외출하자.


그러면 용서해 줄게.


그도 용서할 것이다.


"정했어."


초콜릿 코인을 나도 쌓아 올렸다. 골짜기 밑바닥까지 마음껏 굴러 떨어질 수 있도록.


"헤에, 좋은 카드가 생겼어?"


결코 손 안을 보이지 않고 부드럽게 하루토가 미소 짓는다. 입꼬리를 들어 보이면서 나도 하루토를 살폈다.


나에게 지고 싶은 건가, 나를 이기고 싶은 건가.


"노름이라면 도박을 해야지."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힘겨운 소년이, 현혹되는 미소를 띄운다. 뜨끔하고 불안해진다.


화해를 원하는 건가, 하기 싫은 건가


"나는 승부는 신중하게 거는 편이야."


내 기회는 벌써 끝난 건가


"오늘 밤은 켄타로에게 맞춰줄까. 나도 승부에 나서겠어."


렌지가 쌓아놓은 동전에 속으로 조마조마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즐겁게 웃는 하루토에게도.


그가 주인이 되어 명하면 된다. 순종적으로 고개 숙일 테니까.


아니면 내가 주인이 되어서 드높이 명령하자.


그는 어느 쪽을 노리는 거냐?


"맛키, 그거 버리면 안 된다니까. 이쪽을 잘라서……"


"아, 몰랐어! 이길 수 있을지도 몰라!"


"외부인이 충고하지 마, 쿠보야."


승패는 노리는 대로 가는 것인가?


"어차피 대단한 조언은 아니잖아."


변함없는 표정으로 나는 초조함을 숨긴다.


"내 편도 들어야지, 미하루"


변함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하루토는 무엇을 노리고 있지?


"켄타로, 됐어?"


가만히 내 눈을 응시하며 그가 속삭인다.


뭐가 좋을까? 이걸로 된 건가?


사실은 아직도 화가 나있나?


"그럼 ――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