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에튀드-5

애수의 해바라기의 에튀드~동&남~

 

아키라 : 이 세계에 와서, 입을 옷도 많이 늘었네…….

 

 

아키라 : 아……. 이 숄…….

 

나는 연노랑색으로 물든 부드러운 촉감의 숄을 집어 들었다.

연노랑색의 정체는 해바라기다. 어느 해바라기밭의 경치를 떠올리며, 나는 눈을 감았다.

 

아키라 : ……그립네…….

 

그것은 동쪽의 마법사들과, 처음으로, 훈련에 갔던 때의 일이었다…….

토비카게리 사건이 해결되고, 모두가 마법관에서 살기 시작해, 어느 정도가 지나도…….

동쪽의 마법사들의 선생님인 파우스트는, 자신의 방에서 나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

 

 

-

 

 

시노 : 어이, 파우스트. 우리들에게 마법을 가르쳐. 다른 녀석들은 이미 훈련을 시작했다고.

 

히스클리프 : 시노, 그만두라니까. 아직 자고 있을지도 모르고…….

 

시노 : 이미 낮이야.

 

히스클리프 : 지내는 장소가 바뀌어서, 잘 못 주무시는 걸지도 몰라.

 

히스클리프 : ……얼마 전에 만났을 때도, 수면 부족같았고…….

 

히스클리프 : ……선생님은 내 생명의 은인이야. 선생님과 마법관에서 지내게 되어서, 나는 기뻤지만…….

 

히스클리프 : 선생님에겐 민폐였던걸까…….

 

 

-

 

 

파우스트 : …….

 

네로 : 좋은 아침, 선생. 점심시간은 이미 끝나버렸다고. 다들, 이미 어딘가로 갔어.

 

파우스트 : ……네로.

 

네로 : 다른 사람이랑 만나지 않으려, 시간을 겹치지 않도록 하는 거야?

 

파우스트 : 소란스러운건 좋아하지 않아. 아무것도 없다면 방으로 돌아가지. 몇 일 정도는 먹지 않아도 괜찮…….

 

네로 : 자, 가져가.

 

파우스트 : ……뭐야, 이 바구니. 소풍이라도 가는거냐.

 

네로 : 빵이랑, 치즈랑, 찐 야채랑 키슈가 들어있어. 와인은 덤.

 

파우스트 : ……. 낮부터…….

 

네로 : 마시고, 자버려. 못 자고 있잖아. 다크서클이 심하다고.

 

네로 : 그게 아니라면, 잠들고 싶지 않은 건가?

 

파우스트 : ……어째서.

 

네로 : 밤중에 병 가득 커피를 만들어서 가져가니까.

 

파우스트 : 잘 보고 있군…….

 

네로 : 옛날에, 동료들의 영양관리가 일이었어. 그래서, 버릇이 된거야. 입에 넣는걸로, 마음과 몸이 만들어지니까.

 

파우스트 : 의외군.

 

네로 : 영양관리가?

 

파우스트 : 동료라고 하는게. 남과 어울리는 건 서툴다고 했잖아.

 

네로 : ……아주 먼 옛날의 얘기야. 저기, 선생. 시노랑 히스가, 당신 수업을 기다리는 모양이야.

 

파우스트 : 선생이라고 하는건 그만둬. 네가 더 오래 살았잖아. 추측이지만…….

 

네로 : 알겠어, 파우스트. 하지만 가끔은 부르게 해달라고. 나는 선생한테 배운 적이 없어.

 

파우스트 : 요리나 마법은? 스승에게 배우지 않았었나?

 

네로 : 당신이 처음이라고. 당신은? 마법의 스승은…….

 

파우스트 : 없어.

 

네로 : 아, 그래. 그럼, 독학이 힘들다는 것도 알잖아. 가르쳐주라고, 애들한테.

 

파우스트 : ……나는 선생에 어울리지 않아. 네가 지도해줘.

 

네로 : 나? 나야말로 안 어울리는데.

 

파우스트 : 어째서.

 

네로 : 다정하지 않으니까.

 

파우스트 : 나도 다정하지 않아. 점심도 함께 먹지 않는 히키코모리다. 이거, 받아가지. 고마워.

 

네로 : 그래.

 

파우스트 : ……. 네로. 한밤중에, 내 방에 온 적이 있어?

 

네로 : 아니……. 없는데.

 

파우스트 : 그럼 됐어. 평생 오지 말아줘.

 

네로 : 뭐야 그거……. 유령이랑 춤이라도 추는거야?

 

파우스트 : 비슷한 거다.

 

 

-

 

 

<거대한 재앙>이 파우스트에게 준 기묘한 상처는, 꿈이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흘러나오는 꿈을 보고, 저주상인 파우스트가, 과거에 구국의 영웅이었다는 과거를 알았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알리고 싶지 않은 듯했다.

꿈이 흘러나와버리는 것을 두려워해, 잠에 들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키라 : 꿈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결계를 치고 잔다고 했지만, 역시, 걱정이 되는거겠지…….

 

레녹스 : ……그러네요.

 

남쪽의 마법사인 레녹스는, 이전, 파우스트의 종자였던 인물이다. 온후하고 견실한 성품으로, 주변에서의 신용도 두텁다.

 

레녹스 : 이대로라면 몸을 해칠거예요……. 제가 파우스트님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아키라 : 네. 부탁드려요. ……동쪽의 선생님 역할을 맡긴 것도, 부담이 되는 걸까요.

 

아키라 : 히스는 좋은 선생님이라고 했고, 파우스트도 본성이 다정한 사람이니까, 무심코 부탁해버렸는데요.

 

다정한 사람, 이라고 하자, 레녹스는 기쁜 듯이 미소지었다.

 

레녹스 ; 어린 마법사들의 교육에, 파우스트님은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지도자로서 뛰어나셨던 분이셨으니까.

 

레녹스 : ……그리고, 지금의 파우스트님께는, 무언가 역할이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키라 : 역할……. 현자의 마법사의 역할이나, 동쪽의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인가요.

 

레녹스 : 네.

 

나는 바로 찬성할 수 없었다. 괴로운 일을 겪은 사람에게, 역할을 주는 것은 내키지 않았으니까.

이전, 오즈가 말한 적이 있다. 역할에 억눌리지 말라고.

내 생각을 읽은 듯, 레녹스는 온화하게 말했다.

 

레녹스 : 괜찮습니다, 현자님. 저도 그분의 불행은 원치 않아요.

 

레녹스 : 잠시, 맡겨주실 수 있을까요.

 

 

-

 

 

파우스트 : ……응…….

 

파우스트 : (짧은 꿈을 꿨다……. 결계는 유지되고 있는 것 같지만……. 자는 동안은 괜찮을지……)

 

파우스트 : (매개체를 쓰고 있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파우스트 : ……. 방 밖에, 누군가의 기척이…….

 

 

-

 

 

파우스트 : 레녹스…….

 

레녹스 : 파우스트님.

 

파우스트 : 뭘 하고 있는거야, 이런 곳에서…….

 

레녹스 : 감시를. 이변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레녹스 : 그다지, 쉬지 못하시는 모양이셔서.

 

레녹스 : 몇 밤을 망을 보고, 결계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으면, 보고를 드리려고 했습니다.

 

파우스트 : ……. 네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레녹스 : 쓸데없는 짓을 해서 죄송합니다.

 

파우스트 : ……그런 의미가…….

 

파우스트 : …….

 

파우스트 : 걱정을 끼쳐서 미안해. ……괜찮다면, 방에서 차라도.

 

레녹스 :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파우스트 : 꿈은 정말로 흘러나오지 않았었나?

 

레녹스 : 예. 문제없었습니다. 역시 파우스트님이예요.

 

파우스트 : 아첨은 됐어.

 

 

-

 

 

네로 : 네네.

 

네로 : 시노……. 무슨 일이야?

 

시노 : 출출해. 뭔가 먹을거 없어?

 

네로 : 하하……. 또냐. 기다려. 뭔가 만들어 줄게.

 

시노 : 정말로? 좋아!

 

시노 : 아까, 파우스트의 방 앞에서, 큰 남쪽의 마법사를 봤어. 확실히, 레녹스…….

 

네로 : 아아. 옛 지인인 모양이지. 지인이랄지, 종자랄지…….

 

시노 : 히스랑 나같은 관계인가. 자지도 않고 지키고 있는 것 같았어. 나도 해보고 싶어.

 

시노 : 자는 히스의 방 앞에서, 자지 않고 경호를 하는거야. 분명, 기분이 좋겠지.

 

네로 : 기분이 좋은거야? 망을 보는건 지루한 일이라고.

 

시노 : 자신의 충성심이 얼마나 높은지 느낄 수 있어. 히스도 분명, 기뻐할거야. 자기에겐 믿음직한 가신이 있다고.

 

네로 : 그런 타입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 자, 여기서 먹고 가.

 

시노 : 맛있어 보여. 잘먹겠습니다.

 

네로 : 그래.

 

시노 : 숲지기를 하고 있었을 때는, 밤중에 배가 고파지면 열매나 과일을 먹었어.

 

시노 : 이런 훌륭한 게 나오다니 마법관은 최고다.

 

네로 : 하하. 됐으니까 먹어.

 

시노 : ……맛있네, 이거. 히스에게도 주고싶어. 히스는 먹어본 적이 있어?

 

네로 : 서민식이라 어떠려나.

 

시노 : 히스 것도 만들어줘. 내일, 블랑셰에 돌아간대. 주인님한테서 편지가 왔다면서.

 

네로 : 헤에, 그런가. 너도 같이 가는거야?

 

시노 : 물론이다. 그녀석이 있는 곳에 내가 있어.

 

네로 : 하하……. 너는 정말로, 히스클리프가 소중한가보네.

 

시노 : 주군이니까.

 

네로 :………….

 

네로 : 너는 진심으로, 히스클리프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어. 그녀석도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네로 : 내가 보기에는, 어리고, 흐뭇한 주종의 연이지만…….

 

시노 : 뭐가 말하고싶은거야?

 

네로 : …………. 이후에, 혹시……. 같은 길을 걸을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할래?

 

시노 : ………….

 

네로 : 지금은 둘이서 함께 있어서, 둘이 있다면 무적인 것 같지.

 

네로 : 자지도 않고 망을 보고, 맛있는 것을 서로 나누고, 그것만으로 기쁨을 느껴.

 

네로 : 하지만, 혹시……. 언젠가, 그렇지 않게 된다면?

 

시노 : ……그렇지 않다니?

 

네로 : 뭐라고 해야 좋을까……. ……아니, 나, 이상한 말을 했네. 아니야, 잊어주…….

 

시노 : 말해. 흐리지 마.

 

네로 : ………….

 

네로 : 자지 않고 망을 보는건 위험이 있어서 하는 거야. 히스클리프가 위험에 처한 걸, 넌 언제까지 기뻐할 수 있어?

 

네로 : 맛있는건 커녕, 이게 최후의 만찬같은 식사를, 몇 번 나눌 수 있어?

 

네로 : 명예나 승리를 대가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무리한 일들을 반복하는 히스클리프를 견딜 수 있을까?

 

시노 : 누구 얘기야? 히스는 무리한 일따위 하지 않아.

 

네로 : …………. 그러면, 괜찮지만…….

 

시노 : 무리하는 정도가 딱 좋아. 히스에게 위험이 닥쳐온다면, 내가 지킬 뿐이다.

 

시노 : <거대한 재앙>으로부터도. 어떤 적으로부터도.

 

네로 : …………. 하하…….

 

시노 : ……뭐가 이상해.

 

네로 : 열 번정도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열한번째부터는, 제정신이 아니게 돼.

 

네로 : 스무 번째가 넘어가면, 그렇게 죽고 싶으면, 내가 죽여 주겠다는 생각이 들게 돼.

 

시노 : ………….

 

시노 : 서른 번째부터는?

 

네로 :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돼.

 

 

-

 

 

파우스트 : 차면 되나?

 

레녹스 : 제가 하겠습니다. 파우스트님은 앉아있으세요.

 

파우스트 : 내 방이야.

 

레녹스 : 하게 해주세요. 400년간, 꿈까지 꾸면서, 바래왔던 일입니다.

 

파우스트 : ………….

 

파우스트 ; ……아무 말 없이 사라져서, 미안했다.

 

레녹스 : 아뇨, 제가 부족했습니다.

 

파우스트 : 네가 잘못한 건 없어.

 

레녹스 : 아뇨. 그때, 당신을 구출해서, 요양하며 숨어 살던 오두막 집에서…….

 

레녹스 : 잠시라도 마음 편히 지내셨다면, 제 앞에서 말 없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레녹스 : 계속,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파우스트 : …….

 

레녹스 : 드세요. 아직 뜨겁습니다.

 

파우스트 : …………. ……혼자 있고 싶었어. 어떻게 해도.

 

레녹스 : 저는 혼자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하지만, 그게 당신을 몰아붙였겠죠.

 

레녹스 : …………. 저주상이라니…….

 

파우스트 : 실망했겠지. 네가 계속해서 찾아온 남자의 정체가, 이런 거야.

 

레녹스 : 제 정체도 이런 거예요. 원수를 갚지도 못했습니다. 당신을 찾는 것에만 열중해서…….

 

파우스트 : 너는 남을 미워하는 일이 어울리지 않으니까.

 

레녹스 : ……당신이야말로. 파우스트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레녹스 : 아레…….

 

파우스트 : 그 이름은 꺼내지 마.

 

레녹스 : ………….

 

파우스트 : ……너를 만나서 다행이야. 현자의 마법사가 되다니, 너는 또, 운이 없었지만.

 

레녹스 : 저는 운명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파우스트 : 감사할만한 운명이 아니야. 이전의 싸움에서 두 명, 돌이 됐다. 나는 정말로 지도역에 적합하지 않아.

 

레녹스 : 그렇지 않습니다. 동쪽의 어린 마법사들도, 현자님도 당신의 가르침을 기다리고 있어요.

 

파우스트 : 농담이 아니야……. 믿고, 따른 자들을, 지옥의 밑바닥으로 이끈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파우스트 : 내가 그 배반자와 인간들을 신용했기 때문에, 몇 명이 희생됐지? 말 해봐, 레녹스.

 

레녹스 : ………….

 

파우스트 : ……히스에겐 동정으로 조언을 했어. 그저, 그것 뿐이다. 선생역은 내 역할이 아니야.

 

레녹스 : ……저주와 함께 사는 일이, 당신의 역할입니까?

 

파우스트 : 그래. 네가 알던 나는 이미 없어. 두 번 다시 망을 보는 짓따위 하지 않아도 돼.

 

레녹스 : ………….

 

파우스트 : ……나에 대한 것은 잊고, 너는 네 인생을 소중히 해줘. 너에겐 부디, 행복해지기를 바라.

 

레녹스 : 저도 그렇습니다, 파우스트님.

 

파우스트 : ……잘 자, 레노.

 

레녹스 : 또 오겠습니다.

 

 

-

 

 

아키라 : 점심, 맛있었어. ……하지만, 파우스트의 모습은 또 보이지 않았지.

 

아키라 : 아서들이 손을 써줘서, 슬슬, 마법관의 임무가 시작할 것 같은데…….

 

아키라 : 파우스트가 마음을 터놓으려면,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레녹스가 말했었지…….

 

아키라 : 동쪽의 마법사들, 괜찮을까…….

 

네로 : 현자씨.

 

아키라 : 네로……. 점심, 잘먹었습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네로 : 그건 다행이네. 그럼, 이거 전해주지 않을래. 우리 선생한테.

 

아키라 : 런치박스……. 파우스트에게 전해주는 거라면, 네로가 들고가는건 어때요?

 

네로 : 뒷정리가 있으니까. 미안하지만, 부탁할게.

 

아키라 : …………. 알겠습니다.

 

네로의 걱정과, 유무를 말할 수 없게 하는 분위기를 느끼고, 나는 런치박스를 받아 들었다.

 

아키라 : (……동쪽의 마법사는, 어딘가 서투르네……)

 

아키라 : (사람을 싫어하고, 혼자를 좋아하는 마법사. 하지만, 다들, 성실하고 착해서,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있어.)

 

아키라 : (함께 있어도, 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되진 않는걸까……)

 

떠나가는 네로의 모습을 보면서, 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없어졌던 네로가 돌아왔다.

 

네로 : 역시, 내가 전해줄게.

 

아키라 : 정말인가요?

 

망설이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네로는 머리를 긁적였다.

 

네로 : 뭐……. 바쁜 당신한테 맏기는 것도 그렇고. 뭔가, 치사하니까.

 

아키라 : 네로도 바쁘잖아요. 그런 와중에, 도시락을 만들어 줬어요.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미소를 띄우고, 네로를 올려다본다. 네로는 당황한 뒤, 곤란한 듯 눈썹을 내리고 웃었다.

 

네로 : 거리낌없이, 그렇게 말해버리면말야……. 당신한테 떠맡기려고 했는데.

 

아키라 : 도시락을 주러 가는걸?

 

네로 : 말을 잘 못하는 녀석이랑, 이야기하는걸.

 

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때, 인기척이 나서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파우스트가 있었다.

 

아키라 ; 파우스트…….

 

파우스트 :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잖아. 나도, 산책정도는 해.

 

서먹한 듯 이야기하며, 파우스트는 흘끗 네로를 봤다.

 

파우스트 : 또 점심을 가져다 주게 하는 것도 미안하니까. 어린 마법사들을 내버려두고, 나만 특별취급이라니…….

 

파우스트의 눈빛에는 반성과, 아주 조금의 친근감이 있었다. 네로는 한 숨 돌리고, 농담처럼 웃었다.

 

네로 : 확실히 어른답지 못할지도?

 

파우스트 : ……시끄러워. 저번의 키슈, 맛있었어. ……점심은 아직 남았나?

 

아키라 : 파우스트, 이거…….

 

파우스트 : 뭐야? ……아. 이미 만들어 버렸나?

 

네로 : 신경 쓰지 마. 하지만, 뭐……. 그…….

 

네로 : 괜찮다면, 방 말고, 식당에서 먹어. 식후에 맛있는 커피를 줄테니까.

 

런치박스를 안고, 파우스트는 웃었다. 그의 눈썹도 약해진 듯 내려가 있었다.

그들의 웃음이 좋다. 당연한 듯이 손에 쥘 수는 없지만…….

살금살금, 조금씩 상대의 방향으로 향해, 손을 더듬고, 상대방의 안에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듯한 미소가.

 

파우스트 : 그럼, 그렇게 할까.

 

네로 : 그래.

 

 

-

 

 

잡담을 하며, 나와 네로는 파우스트의 식사를 식당에서 지켜봤다.

핵심을 찌르는 대화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는 사이, 서로의 기질을 확인해간다.

 

네로 : 이건 지금, 소스로 맛을 냈지만, 소금만으로도 맛있어.

 

파우스트 : 헤에. 그것도 먹어보고싶네.

 

네로 : 심플하게 맛을 낸 걸 좋아해?

 

파우스트 : 복잡하고 세심한 소스도 좋아해. 나는 만들 수 없으니까.

 

아키라 : 직접 만들 때는, 어떤 요리를 만드나요?

 

파우스트 : 요리사 앞에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나.

 

네로 : 당신은 그럭저럭 하는 편이잖아. 왠지 모르게, 보면 알아. 카인의 요리는 듣고 놀랐지만.

 

파우스트 : 어떤?

 

네로 : 전부, 튀긴대. 야채도, 생선도, 버섯도. 조개만큼은 토마토 스프로 만드는 모양이고.

 

파우스트 : 하하, 호쾌하네. 카인다워.

 

아키라 : 튀김을 할 수 있다니 대단한 거예요. 저는 히스클리프랑 같이, 오지야를 만든 적이 있어요.

 

네로 : 헤에, 들은 적 없네. 다음에 알려줘.

 

다정한 시간이었다. 네로는 느긋한 기색에 숨어서 파우스트를 지켜보는 기색이 있었다.

파우스트도 신랄한 척을 하면서, 예의 바르게 네로를 신경쓰고 있었다.

마법관에서 생활하는 것을 누구보다도 이 둘이 싫어했었다.

그때 서로의 말이, 지금도 서로에게 박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다정한 시간이었다.

 

시노 : 현자.

 

시노의 목소리가 들려서, 얼굴을 들었다. 블랑셰가에서 돌아온 모양인, 시노와 히스가 있었다.

히스클리프는 파우스트를 보고, 놀람과 기쁨을 띄웠다.

 

히스클리프 : 파우스트선생님…….

 

파우스트는 검연쩍은 듯, 시선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금방 미소를 지었다.

 

파우스트 : 커다란 짐이네. 어디에 갔었던건가.

 

히스클리프 : 블랑셰가에 돌아갔었어요. 아버지의 지인분께서, 이변의 조사를 부탁받아서…….

 

아키라 : 이변……?

 

히스클리프 : 네. 란즈베르그령의 영주님이예요. 저는 간 적이 없지만, 동쪽의 중앙에 있는 영지로…….

 

히스클리프 : 해바라기밭의 식인마녀 비앙카의 전설이 남아있는 곳이예요.

 

동요를 띄운 목소리를 낸 것은, 다른 인물이었다.

 

레녹스 : ……란즈베르그령의 비앙카……?

 

레녹스였다. 시노와 히스의 등 뒤에서, 식당에 찾아온 남쪽의 마법사들이 있었다.

 

미틸 : 안녕하세요, 현자님!

 

루틸 : 동쪽의 마법사분들이 모여계시다니, 드문 일이네요!

 

피가로 : 아아, 정말이다. 오랜만에 얼굴을 봤어. 파우스트.

 

파우스트 : ………….

 

파우스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동요를 하는 레녹스를 신경쓰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히스클리프 : ……레녹스. 란즈베르그의 식인 마녀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어?

 

레녹스 : 식인 마녀라고 불리고 있는게, 란즈베르그의 해바라기밭에서 처형당한 비앙카를 말하는거라면…….

 

히스클리프 : ……아마, 그 사람이예요. 400년정도 전에 처형당했다고…….

 

레녹스 : ……그런가. 틀림없네.

 

파우스트는 희미하게 숨을 멈추고, 레녹스에게 물었다.

 

파우스트 : ……설마, 그 비앙카인가? 할머니와 부모님과 여동생을 소중히 여긴 땋은 머리의…….

 

레녹스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잃은 파우스트는 조용해졌다.

 

아키라 : ……아는 사람인가요?

 

레녹스 : 네……. 비앙카는 옛날에 알던 사이였습니다. 중앙의 마법사로, 제 동지였어요.

 

히스클리프 : 동지……?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 레녹스.

 

히스클리프 : 식인 마녀……. 아니, 비앙카씨의 저주 때문에, 평화롭던 마을에 폭동이 일어날 것 같아요.

 

란즈베르그령의 식인 마녀……. 비앙카라는 여성에 대해 레녹스는 우리에게 얘기해 주었다.

 

레녹스 : 비앙카는 성실하고 다정한, 가족을 아끼는, 꽃을 좋아하는 여성이었습니다.

 

레녹스 : 당시, 중앙은 분열해서, 각지에서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비앙카는 작은 마을 출신으로…….

 

레녹스 : 가족이 더 좋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마녀인 자신이 선두에 서서 싸워서, 평화로운 나라를 손에 넣을거라고.

 

레녹스 : 그렇게, 언제나 말했었습니다.

 

레녹스는 조용하게, 비앙카라 불린 마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레녹스가 동지라고 부른다면, 파우스트나 피가로도 그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눈을 감고 손을 굳게 깍지낀 채였고, 피가로는 모르는 체를 하고 있었다.

 

루틸 :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다정한 마녀셨군요……. 어째서, 식인 마녀라고…….

 

레녹스 : 우리는 인간과 손을 잡고 싸우고 있었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결렬됐어.

 

레녹스 : 어떤 자는 인간들을 공격하고, 어떤 자는 쫓기고, 대항하고……. 어떤 자는 모습을 감추고 도망가고…….

 

레녹스 : 마법사도, 마녀도, 뿔뿔이 흩어졌다. 비앙카도 그중 한 명이었어.

 

레녹스 : 인간의 처사를 용서하지 못한 그녀는, 한탄하고, 인간을 저주하고, 미워해, 자신의 저주에 삼켜져 버렸어.

 

레녹스 : 그녀의 소문을 듣고 그 해바라기밭에서 재회했을 때는, 나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시노 : ……자신의 저주에 삼켜지다니. 그런 일도 있는 건가.

 

눈썹을 찌푸리고, 시노가 파우스트에 물었다. 대답을 한 것은, 피가로였다.

 

피가로 : 힘이 약한 마법사들에겐, 가끔. 강한 마법사들도,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미틸 : 어째서, 힘이 약하면 저주에 삼켜져버리는건가요?

 

피가로 : 마법은 마음으로 쓰는거야. 확실한 마음을, 스스로 억제할 수 있어야 강한 마력을 쓸 수 있어.

 

히스클리프 : ……약하면, 자신을 잃고, 저주에 삼켜진다?

 

피가로 : 그 말대로야. 뭐, 그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거지만.

 

시노 : 어째서.

 

피가로 : 자신을 잃는 쪽이 편한 때도 있어. 절망 속에서도, 자신을 다스리는게 행복이라고만은 할 수 없어.

 

피가로가 파우스트를 흘끗 쳐다봤다. 파우스트가 입을 열기 전에, 레녹스가 단언했다.

 

레녹스 : 행복한 일입니다. 적어도, 주변의 사람에게 있어서는.

 

피가로 : ……그런 생각도 있는 걸까? 그래서, 비앙카는 어떻게 됐어?

 

레녹스 : 제가 만났을 때는 이미, 비앙카의 처형이 시작되어버렸습니다.

 

레녹스 : 마력을 다 써버린 그녀는, 교수대에 올려져, 목에 줄을 걸려져 있었습니다.

 

레녹스 : 순간적으로 말리려고 했습니다만, 때를 놓쳐버려…….

 

레녹스 : 그녀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무서운 미소를 지으며 끌려가, 돌이 되었습니다.

 

파우스트는 두 손을 굳게 잡았다. 고통을 참듯이 눈살을 찌푸린다.

 

파우스트 : ……그런가…….

 

파우스트는 심각해 보였다. 슬픔이나 원망, 자숙, 자책등, 여러 가지 감정이 떠올랐다가 사라져 간다.

그 안에는 비참한 장면을 목격한 레녹스에 대한 걱정과, 사과도 담겨있는 듯 했다.

레녹스는 눈빛을 살피고,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레녹스 :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이야기는, 이것뿐입니다. 히스클리프, 네가 들은 이야기는?

 

히스클리프 : ……란즈베르그 영주님의 소식으로는, <거대한 재앙>이 다가온 날부터, 기묘한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는 거였어요.

 

아키라 : 기묘한 이변……?

 

히스클리프 : 네. 계절에 맞지 않는 해바라기가 펴서…….

 

히스클리프 : 게다가, 그 해바라기밭의 위에,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서 교수형의 밧줄이 늘어져,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다고.

 

미틸 : ……읏…….

 

무서운 이야기에, 미틸이 루틸의 팔에 달라붙었다.

하지만, 그와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시노가 아무렇지도 않게 있는 것을 보고, 부끄러운 듯, 빠르게 손을 놓았다.

 

시노 : 고작 밧줄이 흔들리는 것뿐이다. 그 외에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하지만, 백성들의 안색이 바뀌고 있는 모양이야.

 

시노 : 식인 마녀의 해바라기밭을 불태워버리라며, 관리인들에게 대들어서 폭동 직전이라는 모양이다.

 

히스클리프 : ……해바라기밭에는, 비앙카씨의 돌이 묻혀있는 듯 해요.

 

히스클리프 : 마법사의 돌은 값비싼 물건이지만, 소지한 사람들에게 차례로 불행이 일어나, 해바라기밭에 묻은 모양이라…….

 

히스클리프 : 그 해바라기밭을 전부 태워버리면, 한층 더 저주가 강해지는건 아닌지 영주님께서 고민하고 계셨어요.

 

히스클리프 : 그래서, 아버지께 부탁해 제게……. 현자의 마법사로서의 일은, 정식으로 시작된게 아니라고 전했지만.

 

히스클리프 : 무슨 일이 있고 나서는 늦으니까, 빨리 대응해줄 수 없냐고.

 

피가로 : 아서의 상태를 보고 있으면, 정식으로 의뢰를 받아들이게 되기까진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아.

 

피가로 : 우리들로 괜찮다면 도울게. 폭동이 일어나면 큰일이니까. 레노도 도와줄거지?

 

레녹스 : 물론.

 

루틸 : 히스클리프. 저도 힘이 될게요.

 

미틸 : 저, 저도!

 

시노 : 그만둬. 겁먹었잖아.

 

미틸 : 무섭지 않아요! 시노씨는 유명한 안내인일지 몰라도…….

 

미틸 : 저도, 훌륭한 남쪽의 마법사예요! 모두에게 도움이 될거예요!

 

굳게 마음먹은 미틸을 보고, 시노는 어깨를 으쓱했다.

 

시노 : 아무래도 좋아. 거치적거리지만 마.

 

히스클리프 : 야, 시노! 고마워, 루틸. 미틸, 신경쓰지 마.

 

시노 : 파우스트, 네로. 남쪽의 마법사들까지 협력한다고 했어. 너희도 같이 할거지.

 

네로 : 나는 뭐, 상관없어. 파우스트에게는 무리시키지 마. 몸이 안좋으니까.

 

히스클리프 : ……그런가요? 선생님……

 

네로의 대사는, 파우스트의 상태를 배려한 그의 수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는 히스클리프의 눈빛을 받고, 파우스트는 고개를 저었다.

 

파우스트 : 아니, 이미 나았어. 괜찮아.

 

네로 : 파우스트…….

 

파우스트 : 저주라면, 내가 전문이다. 비앙카가 처형된 토지에 가자.

 

파우스트 : 히스클리프, 레녹스.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

 

파우스트는 차례로, 레녹스와 히스클리프의 얼굴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계속 파우스트를 걱정했다. 그들의 마음에 대답하는 듯, 각오를 하고, 파우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우스트 : 괜찮아. 폭동이 일어나기 전에 가라앉히자.

 

파우스트 : ………….

 

네로 : 잠이 오지 않는건가. 따듯한 우유라도 만들어 줄까?

 

파우스트 : ……어린 애가 아니야. 물을 마시러 온 것 뿐이다.

 

네로 : 좋은 와인이 있어. 방에 들고가서 마셔.

 

파우스트 : ……. 고맙게 받겠지만, 오늘 밤엔 사양해두지.

 

네로 : ………….

 

파우스트 : 다음에, 둘이서 마시자.

 

네로 : 둘이서?

 

파우스트 : 그래. ……거절해도 상관없지만.

 

네로 : 아하하! 거절 안 해. 설마, 당신한테 권유받을 줄이야.

 

파우스트 : …………. 이것저것, 미안했다. 네로. 응석 부려서, 신경을 쓰게 했어.

 

파우스트 : 비앙카……. 식인 마녀는 어쩌면 오래된 아는 사람이다.

 

파우스트 : 그녀가 저주받은 마나석이 된 것은, 내 책임도 있어. 무슨 일이 있으면 아이들을 지켜줘.

 

파우스트 : 내가 저주에 먹히게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쳐. 피가로가 나를 돌로 만들테니.

 

네로 : …………. 하하……. 난처하네.

 

파우스트 : 뭐가.

 

네로 : 당신도 목숨걸고 무리를 하는 기질인가. 정말이지, 나는 뽑기 운이 나쁘다고.

 

파우스트 : 그리고, 하나 말하지 않은 것이 있어.

 

네로 : 이번엔 뭐야?

 

파우스트 : 넌 다정해, 네로. 신경 써줘서 고마워.

 

-

 

피가로 : 파우스트.

 

파우스트 : 방 앞에서 기다리지마. 너랑 이야기할 생각은 없어. 돌아가.

 

피가로 : <ポッシデオ>

 

파우스트 : …………! 내 방의 문을 어디로 보낸거야!?

 

피가로 : 의지해도 돼. 너한테는 힘든 안건이잖아.

 

파우스트 : 나는 기억력이 좋아서 말이지. 옛날에, 너에게 의지한 결과, 어떻게 됐는지 기억하고 있어.

 

피가로 :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파우스트 : ………….

 

피가로 : 너에게는 행복과 승리가 약속되어있다고 생각했어. 그렇다면, 나는 필요없겠지, 라고.

 

피가로 : 네가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로, 떠나지 않았어. 믿어줘. 정말이야.

 

파우스트 : 지금의 나는 불행해 보이나?

 

피가로 : 뭐, 비교적…….

 

파우스트 : 불행한 나에게는, 네가 필요한건가?

 

피가로 : ………….

 

파우스트 : 유감이군. 나는 지금, 최고로 행복해.

 

파우스트 : 인간들의 정체를 알고, 인간들을 저주하고 있어. 인간들에게 속는 일은 이제 없어.

 

피가로 : 무리해서 악랄하게 행동할 필요는 없잖아. 안 어울려. 너는 청순파야.

 

파우스트 : 멋대로 단정하지 마. 이게 진짜 나다.

 

피가로 : 그럼, 나한테 침이라도 뱉어 봐. 못하잖아.

 

파우스트 : 단정하지 마! 기다려, 지금…….

 

피가로 : ………….

 

파우스트 : ……

 

피가로 : 봐, 못하잖아…….

 

파우스트 : 내버려 둬! 빨리 내 방의 문을 돌려줘!

 

피가로 : 의지해줘. 이제 네 기대를 배신하지 않아. 약속해도 돼.

 

파우스트 : ………….

 

파우스트 : 그런 점이 신용할 수 없어.

 

피가로 : …………. ……지금 대사, 꽤 진지했다고 생각하는데…….

 

파우스트 : 당신은 지금, 남쪽의 마법사고, 나는 지금, 동쪽의 마법사야.

 

파우스트 : 당신과 함께 살아가는 건, 내가 아니고, 나와 함께 사는건 당신이 아니야.

 

피가로 : ………….

 

파우스트 : 장수의 운명을 고민하고 있던 때에, 함께 살아가자고 말해줘서, 기뻤어.

 

파우스트 : 네가 모습을 감춘 날까지는. 어차피, 금방 싫증낼 주제에 간섭하지 마. 문을 돌려놔.

 

피가로 : ……알겠어. 잘 자, 파우스트.

 

-

 

동쪽의 마법사와, 남쪽의 마법사는, 함께 동쪽의 란즈베르그령에 가게 되었다.식인 마녀라 불린 비앙카와, 그녀의 저주...... 출발은 숨막히는 분위기에 싸여있었다.그래도, 클로에가 준비해준 늠름한 의상은 어린 마법사들을 기쁘게 했다.

 

히스클리프 : 클로에는 대단하네......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

 

루틸 : 폭동이 일어날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군인분들의 제복같은 의상을 만들어줬어.

 

시노 : 제각각의 옷을 입고 있는 것보다, 무슨 일이 있을 때 위압하게 쉬울 테니까.

 

시노 : 잘 어울려, 히스.

 

히스클리프 : 하지마...... 기쁘지만, 놀러가는게 아니니까.

 

파우스트 : 그 말대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도착한 후에는, 내 지시에 따르도록.

 

나는 파우스트를 흘끗 봤다. 어제까지의 우울한 표정과는 다르게, 굳센 눈빛을 하고 있다.파우스트 태도에 당황한 후, 시노가 히죽 웃었다.

 

시노 : 지금까지 교육을 게으름 피웠으면서, 무슨 말을 하는거야. 나는 교육에 손이 많이 가는 학생이라고.

 

파우스트 : 뭘 으스대는거야......

 

히스클리프 : 기쁜거지, 시노. 파우스트선생님의 수업, 계속 받고싶어 했으니까.

 

이번에는 파우스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약간 쑥스러운듯, 흥, 하고 시노가 콧방귀를 뀌었다.

 

시노 : 히스가 지나치게 당신을 칭찬하니까. 솜씨를 좀 보려고.

 

네로 : 뭐 어때. 선생도 학생도, 서로 칭찬 도장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네.

 

네로가 웃으며 시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표정을 풀고, 동쪽의 마법사들을 바라봤다.천천히, 심호흡을 하듯이, 그들의 공기가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싹트기 시작한 인연이 풀어지는 일이 없도록...... 기도하며, 우리는 출발했다.

 

-

 

아키라 : 여기가 처형장이 된 해바라기밭......

 

탁 트인 푸른 하늘 아래, 온통 해바라기가 만발해 있었다.평화 그 자체를 풍경으로 만든 듯한, 선명하고 화려한 색채다.그런데, 어딘가 기묘하고 무서웠다. 바람에 흔들리는 해바라기의 꽃이,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가만히, 아무 말 없이 밭에 나란히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다.

 

미틸 : 가득, 해바라기가 피어있어. 멋지고 예쁜 장소네요. 피가로선생님.

 

피가로 : 그러네. 하지만, 함부로 행동하면 안돼. 너희는 저주에 면역이 없으니까.

 

시노 : 과보호네. 나랑 크게 나이 차이가 나지도 않잖아.

 

피가로 : 역전의 너와는 달라. 남쪽의 마법사들은 원래, 저주는 서투른 분야거든.

 

시노 : 흥.

 

미틸 : ......역전......

 

미틸 : ........... 좋겠다......

 

루틸 : 왜그래, 미틸.

 

미틸 : 아뇨! 아무것도 아니예요!

 

레녹스 : 저쪽...... 사람들이 모여있는것 같네요.

 

피가로 : 그러네. 싸우고 있는 모양이야.

 

마을사람 : 영주님의 명령이라고 해도, 조용히 물러날 수 없습니다! 이대로라면, 토지 전체가 저주받아!

 

마을사람 : 당신들은 보지 못했잖아! 기분나쁘게 흔들흔들 흔들리는 처형대의 밧줄을......!

 

영주의 관리 : 진정해! 불을 지르면, 더욱 기분나쁜 현상이 일어날지도 몰라!

 

영주의 관리 : 곧, 영주님께서 부르신 현자의 마법사들이 올거야! 그때까지......

 

마을사람 : 마법사따위를 신용할 수 있을것 같나! 이대로라면 식인 마녀가 부활할거야!

 

마법사따위, 라는 고함 소리에 루틸과 미틸이 희미하게 숨을 참았다.씩씩하게 앞으로 나간 것은 시노였다. 지금이라도 폭동이 일어날 것 같은 그들을 향해, 드높이 소리를 외쳤다.

 

 

시노 : 멈춰라! 블랑셰가의 히스클리프님이다. 영주의 의뢰로 탐색하러 왔다.

 

마을사람 : 블랑셰가의...... 하핫.

 

시노에게 기선제압당한듯, 마을사람들이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히스클리프가 상냥하게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히스클리프 : 히스클리프다. 이변을 조사해서, 필요하다면, 현자님과 함께 대처할거야.

 

히스클리프 : 불안하겠지만 맡겨줬으면 좋겠어.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이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을 말해줄 수 있을까?

 

잔잔한 히스클리프의 목소리에 침착함을 되찾고, 마을사람들은 필사적으로 현상을 전했다.

 

마을사람 : <거대한 재앙>이 다가온 날부터, 이 해바라기밭 위에 교수형의 밧줄이 늘어지게 됐습니다.

 

마을사람 : 이 토지에는 식인 마녀 비앙카의 전설이 있습니다.

 

마을사람 : 왕가의 군대가 찾아와 퇴치할 때까지, 마녀 비앙카는 백 명의 아기들을 먹었다고 합니다.

 

마을사람 : 그 무서운 마녀가 부활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면 밤에도 잠에 들 수가 없습니다.

 

마을사람 : 마녀의 저주가 배어있는 해바라기밭이라니, 성스러운 불로 태워버리는 편이 좋아요!

 

영주의 관리 : 그런 건 지금까지 이 마을에 살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잖아. 환상을 본 정도로......

 

마을사람 : 환상이 아니야! 정말로 교수형의 밧줄이 늘어집니다. 믿어주세요, 히스클리프님!

 

히스클리프 : 의심하지 않아. 다른 목격한 것들은.......

 

시노 : ..........! 히스, 저거......

 

히스클리프 : .......에?

 

 

루틸 : ......교수형의 밧줄......!

 

그 광경의 불길함에, 숨 쉬는 것을 잊었다.화려한 풍경화같은 해바라기밭 위에, 교수형의 밧줄이 매달려 있다.마른 침을 삼키며, 하늘을 올려봤다. 교수형의 밧줄은 어디서 내려와 있는지, 확실히 보이지 않았다.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묶인 밧줄이, 이리 와, 하고 유혹하는 것 같아 무서웠다.

 

마을사람 : 저거봐......! 식인 마녀의 저주다! 처형당한 비앙카가 부활한다!

 

시노 : 소란피우지마. 이런 것따위, 내 낫으로 잘라주지.

 

파우스트 : 그만 둬.

 

마도구인 대낫을 꺼내, 앞으로 나아가려하는 시노를 파우스트가 한 쪽 팔을 뻗어 막았다.바람에 흔들리는, 답답한 앞머리의 아래에서, 파우스트의 두 눈동자는 이상한 강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방에서 나오지 않고, 우울한듯 눈을 감고 있던 그와는 마치 다른 사람같았다.

 

파우스트 : 함부러 가까이 가지 마. 예상했던것 이상으로 저주가 강해. <거대한 재앙>의 영향으로 폭주하고 있어.

 

마을사람 : .......윽, 역시......! 지금 당장, 해바라기밭을 태우지 않으면!

 

파우스트 : 당황하지마. 제대로 된 순서로 정화하지 않으면, 땅이 저주에 오염된다.

 

파우스트 : 저주는 부착돼. 너희도 이 땅에는 가까이 오지 마.

 

파우스트 : 이제 곧 해가 진다. 밤이 되면, 저주의 힘은 강해지겠지. 내일 아침 정화를 하도록 하지.

 

마을사람 : 아..... 당신이 정화해 주시는건가요? 당신은 대체......

 

파우스트 : ......내가 누구던지......

 

히스클리프 : 파우스트선생님. 내 마법의 선생님이야. 훌륭한 마법사셔.

 

파우스트 : ......히스......

 

망설임을 보이며, 파우스트가 히스클리프를 되돌아 봤다.그를 바라보는 히스클리프의 눈동자는, 꾸중을 들을까 무서워하면서도 절실한 바람을 가진 기분이 들었다.

 

히스클리프 : ......거짓말을 하고있진 않아요. 선생님은 제 생명의 은인이세요.

 

대낫을 한 팔로 안으며, 시노도 입꼬리를 올렸다.

 

시노 : 그럼, 내 은인이기도 해. 슬슬 끝내, 파우스트.

 

시노 : 우리 동쪽의 마법사들을 챙기는게 네 역할이잖아.

 

시노 : 네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해.

 

네로 : .......

 

시노의 말을 듣고, 파우스트는 각오를 다진듯 눈꺼풀을 감고, 다시 떴다.눈빛에 드러난건 우울한 탄식도, 짜증도 아니었다.엄격함과 상냥함을 담은, 강한 빛이었다.나는 레녹스의 말을 떠올렸다.[지금의 파우스트님에게는, 무언가 역할이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무거운 역할은, 자신을 억눌러버리는 때도 있다.하지만, 역할을 맡음으로써 자신답게 일어설 수 있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눈앞의 파우스트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마을사람 : 마법사가 말하는 것따위 믿을 수 있을것 같냐! 비앙카도 같은 마녀라고!

 

마을사람 : 해바라기밭을 불태워! 식인 마녀의 저주를 근절하자!

 

파우스트 : 불로 태워 재로 만들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파우스트 :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될 뿐, 뒤틀림도, 원망도, 부식도, 계속되어 간다. 보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무서워.

 

파우스트 : 이 마을을 지키고 싶은거잖아. 아니면, 눈에 보이는 공포로부터 도망가고 싶을 뿐인가.

 

마을사람 : 아.... 아니야..... 우리들은 정말로 이 마을을......

 

파우스트 : 그렇다면, 믿어라. 너희들은 이 공포를 이겨낼 수 있어. 우리는 그걸 도와줄테니.

 

마을사람 : 어..... 어떻게, 공포를 이겨내면 좋을까요?

 

고함을 지르던 마을사람과는 다른 마을사람이 불안한 듯 물었다.

 

파우스트 : 그녀를 위해 기도해줘. 슬픈 일이, 그녀의 저주를 낳았다. 편히 잠들고 싶은 건 그녀야.

 

파우스트 : 그녀가 부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그녀를 위해서, 기도를.

 

마을사람 : ......식인 마녀에게 기도를 하라고? 그런 짓을 했다간, 벌을 받을거야!

 

마을사람 : 블랑셰가의 히스클리프님을 봐서,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주지!

 

마을사람 : 하지만, 그때까지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 손으로 해바라기밭을 불태울거다!

 

파우스트 : 그렇게 하도록.

 

표정을 바꾸지 않고, 파우스트가 끄덕였다.어느샌가, 해바라기밭 위에 나타났던 교수형의 밧줄은 유령처럼 사라져 있었다.

 

-

 

그날 밤, 우리들은 영주가 준비해준 빈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남쪽의 형제들은, 마법사들을 경계하는 마을사람들의 태도에 충격을 받은것 같았다.그런 그들을 걱정한 것인지, 네로는 식사의 준비를 하며 평소보다 더 친밀하게 말을 걸었다.

 

 

네로 : 미안해, 도움을 받아버려서. 저녁도 준비해주겠다고 했지만, 직접 할테니 괜찮다고 거절해버렸어.

 

루틸 : 네로씨의 밥 맛있으니까, 여행지에서도 먹을 수 있는건 기뻐요. 이거, 이제 접시에 올려도 될까요?

 

네로 : 아아, 기다려. 이걸 위에 흩뿌려서......

 

루틸 : 이건 소금으로 볶은 해바라기 씨네요. 샐러드랑 함께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

 

네로 : 영주의 하인들이 준비해 줬어. 자, 미틸도 먹어봐.

 

미틸 : 아..... 감사합니다.

 

미틸 : 맛있어..... 남쪽의 해바라기 씨보다도 큰 것 같아요.

 

네로 : 동쪽은 토양이 좋으니까. 같은 씨앗을 뿌려도, 땅이 다르면 땅의 기질에 맞춰 형태를 바꿔.

 

네로 : 우리같지.

 

미틸 : 그러, 네요.......

 

루틸 : 해바라기는 기름도 뽑을 수 있고, 염색도 할 수 있어. 분명 이 지역의 명산품일거야. 그런 소중한 것을 주셨어.

 

루틸 : 상냥하게 대해주셔서 기쁘네, 미틸.

 

미틸 : 네. 네로씨. 이거, 더 먹고싶어요. 바삭바삭하고, 기름이 달아서, 너무 맛있어요.

 

네로 : 오오, 잔뜩 먹어. 자, 현자씨도. 손 내밀어봐.

 

 

아키라 : 아...... 감사합니다.

 

손바닥을 내밀자, 아직 조리열이 가시지 않은 따뜻한 해바라기 씨를 줬다.손바닥에 입을 대고 아득아득 입에 넣어 먹었다.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씹는 나를 보고, 네로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네로 : 아하하, 다람쥐같네.

 

동쪽의 마법사와 남쪽의 마법사들은, 선생님 두 사람을 제외하고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선생님들은 내일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배가 채워져가자, 자리의 분위기도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미틸은 어딘지 모르게 시노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시노 : 뭐야.

 

미틸 : .......읏, 아뇨, 딱히......

 

시노 : 흥. 이건 내 거니까 안줄거야.

 

네로 : 안가져갈거야.

 

루틸 : 미틸, 배 고파? 내 걸 줄까?

 

레녹스 : 내 것도 괜찮다면......

 

아키라 : 제 것도......

 

미틸 : 아, 아니예요! 그..... ......시노씨는 언제부터, 숲지기의 일을 했나요?

 

시노 : 글쎄. 까먹었어.

 

히스클리프 : 제대로 대답해......

 

히스클리프 : 미틸, 시노는 어릴 때부터, 블랑셰가에서 일했어. 숲지기를 하기 전에는 정원 일을 해주고 있었어.

 

미틸 : 어릴 때부터..... 어른은 화내지 않았나요?

 

시노 : 왜 화를 내?

 

미틸 : 어린 애는 나서지 마, 라던가. 어른이 되면 하세요, 라던가......

 

시노 : 그런 말을 듣는거야? 히스, 들은 적 있어?

 

히스클리프 : 나는 딱히..... 적극적인 애가 아니었으니까.....

 

시노 : 나는 들은 적 없어. 그런 말을 지켜서, 밥벌이는 누가 해?

 

레녹스 : 미틸. 시노는 부모님이 안계셔. 훌륭하게 스스로를 돌보고 있었어.

 

미틸 : .......저도 안계세요. 저희들도, 다른 아이들보다 힘들었지만 훌륭하게.....

 

시노 : 고생 자랑인가. 그만 두지 그래. 히스가 불편해지니까.

 

히스클리프 : 나는 운좋게 풍족했으니까......

 

시노 : 후후.

 

루틸 : 다들, 각자의 고생과, 각자의 행복이 있어. 그렇죠, 네로씨.

 

네로 : 뭐 그렇지......

 

시노 : 무난한 대답이구만, 어이.

 

네로 : 시끄러워. 무난하게 살아왔다고.

 

레녹스 : 나도다.

 

네로 : 당신은 그렇게 안보이는데 말이지.

 

레녹스 : 하하...... 피차일반이다.

 

미틸 : ........

 

담소하는 목소리에 섞여 미틸이 미간을 찌푸리며 조용해졌다. 미틸은 시노를 의식하고 있는것 같았다.시노도 그걸 느낀듯 했다. 겁먹지 않고 그는 솔직하게 미틸에게 물었다.

 

시노 : 미틸. 내가 마음에 안드는거야?

 

미틸 : ..........

 

히스클리프 : 너, 너........ 조금 더, 다르게 말할 수 있잖아?

 

시노 : 말투를 바꾼다 한들, 좋고 싫음은 바뀌지 않아. 아니면,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건가?

 

미틸 : ........남쪽의 마법사는 걸리적거린다고.

 

시노 : 하? 누구한테 들었어. 마구 때려도 된다고, 협력해주지.

 

히스클리프 : ..........아마, 네가 말했어......

 

시노 : 나?

 

미틸 : ......말했어요. 하지만, 잊은 모양이니까, 저도 잊는 걸로 할게요.

 

시노 : ........

 

답답한듯 시노를 흘끗 본 미틸이 깊게 숨을 들이 쉬고, 정면으로 시노를 바라봤다.도망치지 않는 소년의 눈빛은, 남쪽의 대지같은 상냥함과 강함이 담겨있었다.

 

미틸 : 시노씨에게 심한 말을 들어서 싫어 하고 싶었지만...... 싫어할 수 없었어요.

 

미틸 : 강하고, 혼자서도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시노씨처럼 되고싶다고, 생각해버렸으니까......

 

미틸의 말에, 시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금방,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기쁜 듯이, 아주 자랑스럽게.어느 샌가, 미틸과 시노가 미소를 나누고 있었다.

 

미틸 : 앞으로, 친하게 지내주세요. 함께 마법사의 수행, 열심히 하고 싶어요.

 

루틸 : 대단해. 잘 말했네, 미틸.

 

시노 : 흐흥...... 좋아.

 

 

히스클리프 : 좋아가 아니잖아. 자, 너도.

 

시노 : ........걸리적거린다고 해서, 미안했다. 미틸.

 

미틸 : 에헤헤...... 아뇨, 그런 말을 듣지 않도록, 열심히 할게요!

 

레녹스 :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네. 어른들도, 이야기가 잘 된다면 좋을텐데.

 

히스클리프 : 확실히 지금, 선생님들끼리, 작전회의를 하고 있는거죠. ......어떻게 되려나, 내일......

 

네로 : .........

 

-

 

피가로 : 그걸로 괜찮지 않아? 손쉽고 확실하니까, 너랑 내가 하는 편이 좋을텐데.

 

파우스트 : 아니, 위험은 따르지만, 어린 마법사들에게는, 저주에 대해 배울 기회가 될거야.

 

피가로 : 선생님다운 의견이네.

 

파우스트 : ........

 

피가로 : 마실래? 내일의 성공을 바라며.

 

파우스트 : 성실하지 못하군.

 

피가로 : 레노들도, 분명 마실거야. 루틸은 대주가야. 네로는?

 

파우스트 : ......몰라.

 

피가로 : 같이 마신 적이 없는거야?

 

파우스트 : 다음에, 마시자고 이야기했어.

 

피가로 : 그런가. 잘됐네. 자, 잔을 들어.

 

 

파우스트 : .......내가 따를게.

 

피가로 : 피가로님에게 술을 따르게 할 수 없다고? 이상한 점은, 여전히 성실하네. 너답지만말야.

 

파우스트 : .......얼마 전엔 내가 너무 말이 지나쳤다.

 

피가로 : 괜찮은데. 나는 언제나 지나쳐.

 

파우스트 : 지나치게 말을 하지 않는 때도 있어. 당신을 모르겠어, 피가로. 진심인지, 장난을 치고 있는건지......

 

피가로 : 나는 언제나 진심이야. 하지만, 바람은 이뤄지지 않으니까, 장난치고 있던걸로 하는거야.

 

파우스트 : 뭘 위해서?

 

피가로 : 상처받고싶지 않으니까. 네 곁에서 떠난 이유도 같아.

 

피가로 : 너나 비앙카는 서투르지. 정면으로 상처를 받고, 세계를 저주해. 하지만, 그런 아이는 좋아해.

 

파우스트 : ......나의 무엇이 당신을 상처입혔다고 하는거야.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랐어.

 

피가로 : 네가 보기엔 그렇겠지. 음, 뭐라고 할까. 가치관의 차이라는거야.

 

파우스트 : 피가로. 실없는 소리 하지 말고, 진지하게 대답해.

 

피가로 : .........

 

피가로 : 내가 보기엔 이래. 오래동안 살아서, 이것저것 하고, 이것저것 잃고, 떠돌듯이 살았어.

 

피가로 : 많은 것을 줬고, 많은 것을 빼앗아 왔어. 다정하게 대했고, 심한 짓도 했어.

 

피가로 : 하지만, 모든 게 미적지근한 채로....... 어느 날, 세계를 바꾸려고 하는 뜻을 품은 어린 마법사를 만났어.

 

피가로 : 기뻤어. 이걸 위해 살아왔다고 생각했어. 내가 알고있는 모든 것을 그에게 남기려 했어.

 

피가로 : 그렇게, 함께 세상을 바꿔서, 함께 세상을 지켜보게 될거라고.

 

피가로 : 인간과 마법사가 함께 사는 세계...... 잘 모르겠지만, 뭔가 나쁜 울림이 아니었고.

 

파우스트 : 너...... 남이 목숨걸고 하던 일을 울림의 좋음으로.......

 

피가로 : 하지만, 알게 됐어. 알렉이 죽어도, 너는 죽을 때까지 알렉을 잊지 못해.

 

피가로 : 나는 결국, 외톨이야. 그런 거 못 해.

 

파우스트 : .......하? 친구를 애도하지 말라는 건가......?

 

피가로 : 놀랍네! 아직도, 친구라고 하는거야? 너에게 그런 일을 당하게 했는데......

 

파우스트 : 지금은 그렇지 않아! 하지만, 친구를 애도하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게 뭐가 나빠.

 

피가로 : 너는 모를거야. 인생의 깊이를 아무것도 모른다니까.

 

파우스트 : 400년을 살았다고!?

 

피가로 : 뭐가 400년이야. 영웅이 되고, 직각으로 휘어서 저주상을 하는 것뿐이잖아.

 

피가로 : 나만큼, 우여곡절을 겪어봐. 내 인생을 선으로 그린다면, 칠한 것처럼 새까매져.

 

피가로 : 엉망인 검은 선이 곧게 뻗을 가능성이 있었어. 그게 너였어.

 

피가로 : 일이 잘 풀렸다면, 나와 네가 중앙과 아서를 지켜보는 행복한 세상이 되었을텐데......

 

파우스트 : 내가 나쁜 것처럼 말하지 마...... .......... 의미를 모르겠어.......

 

피가로 : 한마디로 하자면, 미련이야. 저주도 되지 못해. 웃기지?

 

파우스트 : ........

 

피가로 : 하하...... 너는 웃지 않네. 그러니까, 내 죽을 때에 대해서도 말한거야. 분명, 비앙카도 구원받을거야.

 

피가로 : 힘내, 파우스트선생님.

 

-

 

파우스트 : ............

 

네로 : 끝난거야, 선생?

 

파우스트 : 너희....... 기다리고 있던건가.

 

시노 : 별로. 마도구의 손질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히스클리프 : 맞아요, 신경쓰지 마세요. 남쪽분들도 아까, 함께 침실로 이동했어요.

 

파우스트 : ........의식의 설명은 내일 한다. 걱정하지 말고 빨리 자도록 해.

 

시노 : 임무나 의식에 대해선 걱정 안해. 저주를 건것도, 당신이 아는 사람이잖아.

 

시노 : 그렇다면, 걱정은 없어.

 

파우스트 : ......그러면, 왜 깨어있어.

 

네로 : ........... 하하.......

 

파우스트 : 뭐가 이상하지.

 

네로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출출한거지, 시노도, 히스클리프도.

 

네로 : 그래서 잠들지 못했던거야. 만족되지 않는게 있으면, 누구라도, 진정되지 않아.

 

파우스트 : 흥...... 의리가 단단하군. 남과 어울리는게 서투른 주제에.

 

시노 : 함께 할 수 없다는걸 깨닫는다고 했어.

 

히스클리프 : 에?

 

시노 : 네로가. 서른 번, 죽을 위기에 처하면, 함께 있을 수 없는 녀석이란걸 깨닫는다고.

 

네로 : .......아아, 뭐.

 

시노 : 나는 백 번 죽을 위기에 처해도, 히스의 옆에 있을거야. 히스에게도 우는 소리 하게 하지 않을거야.

 

시노 : 피투성이가 된 내 모습에도 익숙해져야해. 우리의 장래와 자유를 위해서.

 

히스클리프 : ...........

 

네로 : 잔인해......

 

파우스트 : 너희들은, 어느 쪽이 주군인지 알 수 없군.......

 

시노 : 파우스트. 네로.

 

파우스트, 네로 : ..........

 

시노 : 저 달을 무릎 꿇리고, 내 신발 바닥으로 짓밟는 날까지, 너희가 필요해.

 

시노 : 함께 있을 수 없는 녀석들이라고 해도, 함께 해내가자.

 

네로 : ........하하. 그러네. 네 말대로야. 이 문장이 있는 한은....

 

히스클리프 : .......시노의 의견, 전부 찬성할 수는 없지만...... 함께 열심히 해나가요.

 

히스클리프 : 저희에게 마법을 가르쳐주세요, 파우스트선생님.

 

파우스트 : .........

 

파우스트 : 날이 밝으면.

 

-

 

그리고, 다음날 아침, 꼼꼼한 회의와 사전 준비를 마치고, 우리는 해바라기밭으로 향했다.사전 준비는 신기한 것이었다. 향유를 머리 꼭대기에 떨어트리고, 스륵 스륵하는 잎사귀를 입에 넣고.모든 것을 끝내고, 해바라기밭에 도착하자 이미 사람들이 모여있었다.공포에 질려서는, 기도하듯이, 혹은 의심하듯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파우스트 : 그럼, 알려준 대로.

 

시노 : 알겠어.

 

시노가 짐 속에서 붉은 흙의 네모난 덩어리를 꺼냈다.

 

시노 : <マッツァー・スディーパス>

 

그가 주문을 외우자, 붉은 흙덩어리는 붉은 가루가 되어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날아오른 붉은 가루는 새파란 하늘에 빙글빙글 선을 그려, 소용돌이가 되어간다.

 

히스클리프 : <レプセヴァイヴルプ・スノス>

 

히스클리프도 똑같이, 붉은 흙덩어리를 꺼내 주문을 외웠다.

그의 손에서 튀어오른 붉은 가루도, 노란 해바라기의 꽃잎 위에서 시노의 붉은 가루와 합쳐졌다.

이윽고, 붉은 가루는 훨훨 떨어져 광활한 해바라기밭을 둘러싸, 거대한 붉은 원이 되었다.

 

네로 : <アドノディス・オムニス>

 

주문을 외우면서 네로가 말린 향초를 던졌다.

그것들은 청량감이 있는 향을 풍기며, 빨려가듯이 붉은 가루의 선 위로 떨어졌다.

떨어지자마자, 작은 불똥을 튀기며 타오른다. 마을 사람들이 함성을 질렀다.

교수대의 밧줄이 나타났다.이리와, 이리와, 라고 손짓하듯 흔들리고 있다.어쩌면, 어째서, 어째서, 라고 누군가의 어깨를 잡고 흔들듯이.

 

아키라 : (식인 마녀 비앙카......)

 

아키라 : (그런 식으로 불려지다니. 성실하고, 다정한,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녀.... 그녀가 어째서......)

 

레녹스 : 아키라님.

 

레녹스가 이름을 불러, 나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내 마음을 꿰뚫어 본듯, 조용히 속삭였다.

 

레녹스 : 저주받은 것에, 정을 주지 말아주세요. 저주를 인정하면, 저주에 오염됩니다.

 

레녹스는 앞으로 나아가 마도구인 열쇠를 꺼냈다.교수대의 밧줄을 향해, 열쇠를 치켜들었다.

 

 

레녹스 : <フォーセタオ・メユーヴァ>

 

피가로도 오브를 들었다.

 

피가로 : <ポッシデオ>

 

루틸도 깃털 펜을, 미틸은 마법의 병을 들고, 똑같이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루틸 : <オルトニク・セトマオージェ>

 

미틸 : <オルトニク・セアルシスピルチェ>

 

진흙처럼 공기가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해바라기밭 밖에 뿌려진 붉은 가루가 순식간에 검정색으로 변해간다.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파우스트가 마도구인 거울을 들었다. 사악한 공기를 가르듯이, 거울이 빛났다.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여자의 웃음소리가 났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붉은 가루는 새카맣게 변해있었다. 여자의 웃음소리가 났다. 어느 샌가, 마을사람들도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웃음소리가, 너무나도 슬펐기 때문에.

교수형의 밧줄이 조용히 사라져간다. 그것 대신,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한 송이만 검게 변한, 해바라기였다.

마치, 얼굴을 이쪽으로 향해서, 멍하니 서있는 사람처럼.어째서, 이런 모습으로 있느냐고.

 

레녹스 : ........비앙카.......

 

레녹스가 희미하게 숨을 참았다. 큰 바람이 불고, 해바라기가 흔들렸다. 파우스트가 검은 가루의 선을 넘었다.

 

네로 : 파우스트!

 

네로가 그를 말렸지만, 파우스트는 검은 해바라기를 끌어안았다.긴 시간동안, 내버려졌던 동지를. 강하게, 끌어안듯이.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희미한 빛에 둘러싸여, 검은 해바라기는 먼지가 되어갔다.

그리고, 화려한 노란 해바라기와 어디까지고 눈부신 푸른 하늘이 남았다.

비앙카의 저주는 정화되었고, 아름다운 해바라기밭에는 평화가 돌아왔다.

마을사람들은 감사를 표하고, 우리에게 해바라기 씨와 해바라기로 염색된 숄을 줬다.

우리는 짧은 인사를 하고 란즈베르그령의 해바라기밭을 떠났다.

어딘가 쓸쓸한, 끝맺음이었다.

 

-

 

마법관의 탑에서 나와 마법관에 돌아가려하는 우리들을 파우스트가 막아섰다.

 

파우스트 : 기다려.

 

아키라 : .......왜 그래요?

 

파우스트 : 잠깐이지만, 저주에 닿았어. 저주를 거주공간으로 가져가지 않도록, 정화의 의식을 가르쳐주지.

 

히스클리프 : 정화의 의식........

 

파우스트 : 그래. 각자, 방에서 하도록. 현자, 너도.

 

아키라 : 알겠습니다.......

 

긴장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을 풀며, 네로가 웅크려 앉았다.

 

네로 : 파우스트 선생님, 첫 수업인가.

 

파우스트 : 단정하지 못하게 앉지 마.

 

시노 : 강한 공격마법은?

 

파우스트 : 그건 다음에. 그 전에 시노에겐 인내심을 가르쳐 주지.

 

루틸 : 정화의 의식..... 저희도 함께 들어도 될까요?

 

파우스트 : 나는 상관없다만.......

 

파우스트가 눈빛만으로, 남쪽의 선생님인 피가로에게 확인한다. 피가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피가로 : 좋은 기회야. 루틸도, 미틸도 배워두는게 좋아.

 

미틸 : 와!

 

레녹스 : 파우스트님. 은제의 냄비가 필요한가요?

 

파우스트 : 아니, 미리 정원에 준비해 뒀어. 거기에 물을 떠다 줘. 사실은 폭풍우가 좋지만......

 

피가로 : 오즈에게 부탁하자.

 

-

 

우리는 정원에 모여, 은빛의 냄비를 끌어안고 검은 구름이 오기를 기다렸다.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 비가, 주룩주룩 쏟아졌다.번개가 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세찬 비에 뺨을 씻어내며, 우리는 빗물이 고이는 것을 기다렸다.이상한 시간이었다. 조용하고, 말도 적고, 신성하고, 외로운, 하지만 어딘가에 일체감이 있었다.같은 비를 맞으며, 같은 의식을 한다.

 

파우스트 : .......자신의 방에 돌아가면, 창문과 문을 닫고, 양초에 불을 켜서, 은냄비의 빗물을 끓이도록.

 

파우스트 : 몸에 지니고 있던 것들은, 전부 벗어던지고, 냄비가 끓으면 증기를 쐬는거야.

 

파우스트 : 먼저, 혀에. 다음은 눈꺼풀에. 그리고 손가락. 옷은 계속, 입지 않은 채로. 얼굴부터 발까지 온몸에 증기를 쐬어가.

 

파우스트 : 빗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을 때까지, 한마디도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파우스트 : 끝나면, 창문과 문을 활짝 열고, 증기를 밖으로 빼내서 환기를 시켜.

 

파우스트 : 이게 끝이다. 외웠나?

 

아키라 : .......알겠습니다. 저...... 실패하면, 무서운 일이 일어나나요........?

 

두려워하며 묻는 나에게, 빗속에서 파우스트는 웃었다.

 

파우스트 : 나는 저주상이야. 그때는, 내가 구할 수 있어.

 

-

 

방에 돌아온 나는, 파우스트가 말한 대로, 촛불용의 작은 화덕에 은 냄비를 올려 불을 붙였다.냄비의 빗물이 끓는 소리를 들으며, 옷을 벗고, 맨몸이 되었다.욕실이 아닌 곳에서 맨몸이 되는건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키라 : (다들 같은 걸 자기 방에서 하고 있는건가........)

 

그건 기묘한 일체감이다.밀폐된 방에서, 혼자. 하지만, 함께 옷을 벗고, 임무를 끝내고, 자신의 시간으로 돌아간다.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하얀 증기가 올라오는 것을 기다리며 혀를 내밀었다.눈꺼풀에 증기가 닿은 순간, 화려한 해바라기밭이 뇌리에 되살아났다. 거기서, 한 여성이 웃고 있었다.울고 싶어질 정도로 희망에 찬 천진난만한 밝은 미소로.

 

??? : 파우스트님! 레녹스! 다음은 어디로 진군하나요?

 

??? : 저, 어디까지라도 따라갈게요. 모두와 함께!

 

들어본 적이 없는 목소리가 들리고, 어디론가 사라져간다.바람에 흩날리는 그녀의 머리는, 해바라기에 물든 숄처럼 부드러운 연노랑색을 띄고 있었다.

 

-

 

아키라 : ......그립네......

 

연노랑색의 숄을 바라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짓고 있었다.선물로 받았지만, 유품인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좀처럼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오늘은 몸에 둘러볼까. 거울 앞에서 맞춰보고 있자니, 노크음이 들렸다.

 

파우스트 : 나야.

 

파우스트였다. 드문 손님에 놀라, 서둘러 문을 열었다.

 

아키라 : 네. 무슨 일인가요?

 

파우스트 : 네로가..... ............

 

입을 열려고 하던 파우스트가, 내가 목에 두른 숄을 보고 말을 멈췄다.미소를 지을 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목주변에 손가락을 뻗어, 숄의 모양을 정리해 주었다.

 

파우스트 : 네로가 다과를 구운 모양이다. 너도 괜찮다면, 같이.

 

아키라 : 와아, 부디! 파우스트가 권해주러 오다니 신기한 일이네요.

 

파우스트 : 가위바위보에 졌어. 네가 시노랑 히스에게 알려줬잖아.

 

아키라 : 가위바위보, 기억해 준건가요. 저랑도 해요. 참참참도 가르쳐 드릴게요.

 

파우스트 : 뭐야, 그거.

 

파우스트와 함께 웃으며, 마법관의 식당을 향해 갔다.목에 두른 부드러운 연노랑색의 숄은, 굉장히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