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칸나미와 쿠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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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에 실린 네버지스타 SS 중 하나입니다.


유리창에 달라붙은 눈을 와이퍼가 긁어내린다.


새하얀 길은 끝없이 이어져 있었고 길 양 옆으로 눈벽이 나 있었다. 은은하게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경치 속, 다른 차의 기색은 없다.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새벽을 달리는 듯했다.


조수석에 앉은 미하루 군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장시간 차로 이동하게 될 때마다, 나는 미하루군에게 '자고 있어도 돼'라고 말한다.


미하루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결코 잠들지는 않는다. '자고 있어도 돼' 한 번 더 반복하면, 내가 신경 쓰지 않도록 눈꺼풀을 감는다.


잠든 척 시트에 그 목숨을 맡기고 있다.


핸들을 잡은 채, 나는 계속 앞을 향하고 있었다. 「자도 돼」라고 오늘은 말하지 않았다. 대화를 거절하는 울림으로 이 아이에게 들릴 것이다.


「편의점 들를래?」라고 나는 물었다.


「좋아」라고 미하루 군이 대답한다.


「저기에 큰 공원이 있었지」라고 미하루군이 묻는다.


「글쎄」라고 나는 대답한다.


잘 이어지지 않은 채, 낙하하는 말들은 쌓이는 눈 같았다.


릴랙스한 척을 하는, 미하루 군은 안절부절못했다. 이 아이의 감정은 표정보다 손에 드러난다.


손가락 끝을 조급하게 움직이는 그는, 아마도 이 밀실에 긴장하고 있다.


「차를 꺼내 줘」라고 한 것은 미하루 군의 용기였다. 짓궂은 말 일곱 가지를 머리에 떠올리고 나서, 어느 것도 사용하지 않고 「좋아」라고 한 것은, 나의 최대한의 애정이었다.


함께 죽자고 해도, 나는 「좋아」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정적은 흐르는 피와 같다.


멈출 수도 없이, 천천히 핏기를 없애고, 이 아이를 잃어버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삶을 마감하겠지.


그 여름에 죽었어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세이지."


이름을 불리어 깜짝 놀랐다. 무엇인가가 전방을 가로질러 갔다.


속도를 늦추고 충돌을 피했다. 미하루 군이 걱정스러운 듯이, 내 어깨를 잡고 있었다.


"괜찮아? 좀 쉴래?"


"괜찮아……. 평탄한 길이라서 멍하니 있었어. 뭐였을까"


"개나, 담비였을까. 새하얬어."


"하마터면 칠 뻔했어. 고마워."


"졸리지?"


눈썹을 내리며 미하루 군은 웃었다.


기도하듯 양손을 끼고 가만히 그가 속삭였다.


"얘기하자. 이야기를 하고 있자.… 그러면, 괜찮지 않을까?"


어리광을 부리는 것도, 의지하는 것도 서툰 그의 작은 목소리에 나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안타까움이 얼어붙은 길을 달려간다.


이 아이는 나랑 얘기하고 싶어 했다.


나도 이 아이와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될 수 있는 한, 상냥하게.


더 이상 이 아이를 휘두르는 일이 없도록.


"그래.…… 최근, 어때. 공부는 잘 돼가?"


"음. 하긴 하는데 그럭저럭이야. 세이지는 요즘 어때?"


"보통이야. 새해가 지나고 나니 좀 안정이 됐달까"


"헤에……"


무리하게 밝은 목소리로 미하루 군이 웃는다.


창문으로 불어오는 눈에 저항하는 와이퍼처럼 우리들은 열심히 생각하고 있다.


끊길 듯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얗게 덮인 시야에, 이정표를 잃어버릴 테니까.


"세이지는 대학 때, 자취하는 거 긴장했었어?"


"줄곧 누군가와 함께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즐겼었어. 도쿄는 좀 무서웠지."


"무서웠어? 세이지가?"


"빨리 걸어 다니는걸. 이 사람이고, 저 사람이고. 정렬도 잘하고. 시골뜨기라 기가 죽었었어."


"아하하, 촌스러워! 거짓말 같아."


"너도 마찬가지야. 하루땅에게 잘 배워두세요."


가볍게 무릎을 치며 미하루 군이 웃는다. 나도 조금만 입을 삐죽 내밀었다.


힘차게 와이퍼가 눈을 날려버린다.


"오늘, 돌아오는 길에. 시간이 남으면, 어디든지 가자."


"날씨가 이래서 말이야. 온천이라도 갈까? 쿠사츠 쪽으로 돌아가"


"좋아. 좋은 설경 온천을 찾으면 다음에 맛키도 데리고 가주자."


"선생님을?"


"설경 온천에서 한잔 하고 싶대"


"유령동 밖에 드럼통이라도 두면 되잖아."


"또 그런 말투"


농담처럼 넘긴 나의 어깨를, 팡 미하루 군이 두들긴다. 미하루 군은 기뻐하는 것 같았다. 쑥스럽게 웃는, 볼이 사랑스럽다.


단단히 핸들을 잡고, 기어를 꽉 잡았다. 눈을 뜨고 앞을 응시했다.


비록, 이 춥고 하얀 길이, 아무것도 없는 채, 영원히 계속되어도.


사고를 낼 수는 없다. 옆에는 그가 있으니까.


"이거 줄게"


"뭐야?"


"열쇠고리. 증정품으로 받았는데, 필요 없으니까."


"증정품이구나……"


미소를 감추며, 나는 고맙다고 중얼거렸다.


눈송이처럼 생긴 은색 열쇠고리는, 자세히 보니 십자가 모양이었다.


교통안전 부적처럼 내일부터는 엔진 키 아래서 흔들리겠지.


먼 길을 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