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켄타로와 토리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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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에 실린 네버지스타 SS 중 하나입니다.


최악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침묵 속에 나는 담배 6개비를 피웠다. 환한 창밖의 빛은 대낮의 마을의 안식을 일깨우고 있었다.


화장실에서는 가글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일어난 뒤 줄곧 화장실과 세면대를 오가고 있다.


나는 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아직 어제의 술이 남아 있었다.


( 첫 번째 가게가 폐점한 게 3시…… )


기억도 흐릿하다.


꽤 안정된 것 같은 그녀가 방으로 돌아왔다. 나와 거리를 벌리고 수척해진 얼굴로 정좌를 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페트병의 물을 내밀었다. 그녀도 말없이 컵에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


우리에게는 압도적으로 대화가 필요했다.


숙취인 머리를 열심히 굴려, 술로 마른 목구멍에서부터, 목소리를 짜냈다.


"......토는 가라앉은 건가"


"토라고 하지 마"


마키하라의 여자는 이마를 누르면서, 노기로 덩어리 진듯한 목소리를 냈다. 이것이 하룻밤을 지새운 우리들의 첫 대화였다.


에둘러 봤자 소용없다. 한숨을 쉬며, 나는 주제를 꺼냈다.


"하진 않은 것 같아"


그녀는 검찰처럼 날카롭게 나를 노려보았다.


"팬티차림이었는데도?"


"잘 때는 속옷만 입어. 너의 존재를 잊고 벗은 것 같다."


헛된 상황 확인에 숙취로 인한 머리가 아팠다. 그녀의 옷차림을 흘끗 보고 나는 나 자신을 변호했다.


"너는 벗지 않았잖아"


그녀는 자신의 옷을 확인하고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브래지어는 벗었어."


"알겠냐. 스스로 벗었겠지."


"확실해?"


"잘 생각해봐. 내가 볼일이 있어서 벗겨야 할 건 브라가 아니잖아."


마키하라의 여자는 말문이 막혀 내 얼굴을 응시했다.


"최저같은 발언……"


"상황적인 거야"


"여자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공중변소인가 뭐 그런 줄 알아? 저 변기에 팬티 입히고 벗기는 걸 즐기지 그래?"


"모르는 남자 방에서 자는 여자한테 들을 이유는 없어. 만취했으면 파출소에 가, 세상 남자의 명예를 위해서."


"당신 집을 알 리가 없으니까, 당신이 데려간 거겠지"


"네가 들러붙어서 따라왔겠지"


"기억나?"


"아니.... 너는?"


"기억 안 나……"


우리는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담배 연기가 방안을 뿌옇게 만들었다.


참회를 고백하듯 마키하라의 여자가 얼굴을 감쌌다.


"...... 노래방 갔던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어..."


"그랬었지. 노래방에서 막차까지 기다렸다가 전차에 태울 예정이었어……"


"...... 왜, 당신 침대에서 자고 있던 거야?"


"알겠냐......"


긴 침묵이 흘렀다.


마키하라의 여자는 마키하라의 옛 애인이었다. 옛 애인이니까, 했다 쳐도 특별히 문제는 없다. 하지만, 귀찮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같이 있던 시간은 남사친과 있는 것 같아 즐거웠던 것 같다. 우연히 역에서 발견하고는, 둘 다 식사를 하지 않았었다. 그대로 이자카야에 가서, 정신이 들고 보니 폐점이었고, 그러고 나서 가라오케에 갔고…….


마츠다 세이코의 성대모사로 폭소한 것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일단……"이라고 나는 말했다.


"마키하라한테는 잠자코 있자"


"응……"


"생리가 멈추면 연락을 줘"


"내 생리가 멈출 만한 짓을 한 거야?!"


"안했다잖아! 사교용 빈말이야!"


"빈말!? 당신의 사교는 뭐야?!"


"화장실 가고싶은 걸 참고 숙취 중인 여자에게 양보해주는 거야! 이제 좀 안정됐지, 화장실 좀 다녀올게."


"아, 잠깐만. 토해서 냄새날지도..."


"알고 있어"


"부끄럽잖아! 신경 좀 써줘!"


"이제 와서 뭐가 부끄러운 거야!?"


"이제 와서라던지 관계했던 것 같은 대사를 말하지 마……!"


"안 했다고...!"


"이젠 싫어, 어떡하지…….고 히로미를 열창해서 빵 터진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어……"


"제대로 기억은 안 나네……"


고 히로미


앗, 하고 우리들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서로의 얼굴을 응시하면서 불쑥 중얼거렸다. 둘 다 귀신이라도 들린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 히로미의 CD를 빌리러 왔어……"


우리는 스스로의 결백에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마츠다 세이코의 CD를 빌릴 때에는, 절대로 맨정신으로 만나자고 맹세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