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April 8th is

http://www.tarhs.com/bonustrack/voss.html
http://www.tarhs.com/b_kayab/b_kaya1.html
홈페이지에 공개된 생일 연작 SS 중 3편인 카야의 생일 겸 콤비 투표결과 SS입니다. 네버지스타 단편집 1권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https://booth.pm/ja/items/1268
ㄴ단편집 booth 판매링크

※본편 ED28부터 이어지는 형태의, 올클리어를 전제로 한 스포일러를 아주 많이 포함하는 내용이 있으므로,
아직 플레이중 혹은 하지 않으신 분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카야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만 가득 태워서 차를 운전하는 이야기

---

"――라고, 하는 사정이었고, 자전거를 타는 동안 일어난 비상사태에서도 무사히 살아 돌아왔으니까요."

쿠보야와의 자전거 사고 체험을 말한 후, 나는 초대한 손님을 둘러보았다.

조수석에 착석해서 임시 면허자를 지도할 수 있는 운전면허증 소지자가 츠쿠이 씨, 마키하라 선생님.

순수한 게스트가 시라미네와 쿠보야다.

새 차를 가리키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안심하고, 제 차에 타세요"






내가 태어난 것은, 아마도 할아버지 때문일 것이다.

할아버지로부터 어머니와 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아버지가 할아버지와의 갈등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애정이 식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모님이, 그것만을 위해 함께 주무셨다 생각하니 하면 안타깝기도 하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내가 조금 더 어른이 되고 나서이다.







내 생일은 누구나 아는 위인과 같다.^[각주:1]

그런 것보다도, 내 생일에는 매년 벚꽃이 피고, 경치가 아름다워지고, 봄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생일선물로는 봄 선물이 많았다.

매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친척으로부터 선물이 도착했다. 봄 폴로 셔츠와, 봄 코트와, 봄 머플러와, 봄 모자. 봄 무늬의 타올이나 손수건이나, 상쾌한 색조의 문구.

선물을 주는 사람들은 매우 괴로워할 것 같다. 누구와 겹치지 않으려고, 작년이나 재작년, 또 전 해와 똑같은 것을 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양이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축의금이나 도서 카드가 많아졌다. 나는 생일 수입으로 한 해를 살 수 있을 것 같다. 애초에 낭비는 하지 않는다.

올해는 기념적인 생일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는 큰 숙부는, 내가 열 살이 되기 전부터 설날에 만날 때마다 말씀하셨다.

"알겠냐, 아키히로. 부동산이나 주식도 좋지만 남자는 자동차다. 네가 18살이 되면 최고의 차를 사주마."

큰 숙부는 차 애호가로, 달마다 고급차 딜러가 찾아오는 사람이었다.

나는 매번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차는 장차 필요할 테고, 호의라면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정말로 차가 올 거라는 것을 알게된 게 3주 전.

봄방학 일정을 반납하고, 나는 교습소를 다녔다.

최대한 빨리 면허를 따서, 선물받은 차를 타고 큰 숙부의 댁에 가서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한다. 물론 오늘도 전화로 감사를 해야한다. 아마 큰숙부는 기분 좋게 물을 것이다. 어떠냐, 승차감은?

대단히 유감입니다만, 만 18세에는 임시 면허까지 밖에 취득할 수 없어요. 감사한 말씀이지만, 저는 학생이라 교장 선생님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큰 숙부에게 말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아버지도 꼼짝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

어떠냐 승차감은? ――최고였어요. 과분한 선물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아무쪼록 지도 부탁드립니다.

막힘없이 대답하기 위해, 나는 오늘, 무조건, 이 차를 타야 했다.






"독일 차라니, 이 자식......"

츠쿠이씨는 만나자마자, 내 얼굴도 보지 않고, 차체를 응시하며 나를 욕했다.

그는 언제나 재회를 기뻐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내심 실망한다.

"저기, 이 차 어떡할 거야? 유령동 옆에 둘 거야? 주차장에서의 트러블은 책임질 수 없어요. 선생님의 저금액으로는 무리에요."

선생님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차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햄스터 같아서 사랑스럽다고 나는 생각했다.

"멋지다, 왠지 기다랗네―― 안에 봐도 돼?"

시라미네가 문을 열고 조수석에 무릎을 올렸다. 흙발로는 꺼려지는지, 두 다리를 허공에 올리고있다.

"지, 지금부터 운전하는 거야? 그야, 아직 면허 없잖아?"

쿠보야가 불안한 듯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대개 불안한 듯이 나를 본다.

"가면허는 땄어. 면허 소지자가 있으면 길거리 운전을 할 수 있어."

츠쿠이씨와 마키하라 선생님에게 긴장이 흘렀다.

"누가 정했어, 그런 거"

"국가에요. 츠쿠이씨"

"안 돼, 나 장롱면허인걸. R이라든가 P라든가 잊어버렸어."

"제가 기억하니까 괜찮아요, 선생님"

두 사람에게 미소를 건네고, 나는 시라미네와 쿠보야를 돌아보았다.

"면허증을 가진 사람을, 조수석에 앉혀야 해. 뒷좌석에 앉게돼버리는데 괜찮겠니?"

"전혀"

"문제없슴다"

둘은 즉답했다. 안심하며, 난 미소지었다.

"두 사람이 가고 싶어 했던, 아울렛으로 가자. 무슨 기계가 길을 안내할테니까, 지시대로 운전하면 될 것 같아."

"무슨 기계가...!?"

"내비게이션도 몰라도 괜찮아...!?"

"아, 내비게이션이었다. 학원에서는 안 썼으니까."

두 사람의 안색이 나빠져서 나는 걱정이 되었다. 츠지무라의 요리가 안좋았던 걸까.

"괜찮겠니?"

"――알았어"

무겁게 중얼거리고, 츠쿠이씨가 웃옷을 벗었다.

"아키히로와 가면허를 내준 교습소를 믿자. 운전석에 앉아도 돼."

"감사합니다, 츠쿠이 씨."

뒷좌석에 앉아, 단단히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 츠쿠이씨에게, 나는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했다.

뒤이어 쿠보야와 시라미네도 함께 탄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와아, 새 차 냄새가 난다. 엄청 넓네."

"......잠깐만!"

마키하라 선생님이 비명을 지르며, 츠쿠이 씨의 좌석 창문에 달라붙었다.

"치사하지 않아?! 츠쿠이군!"

"새 차 창문에 지문 묻히지 마"

"네가 더 낫다니까! 너는 아직도 현역으로 운전하고 있잖아!"

"아니 아니, 나 같은 건 전혀 도움안돼. 오토바이를 탈 뿐이니까."

"제일 낫다는게 빤히 보인다고!"

깜짝 놀라, 나는 마키하라 선생님의 어깨를 잡았다.

어쩌면 조수석에 앉는 것이 싫은 걸까?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 차에 타는 게 내키지 않으신다면, 억지로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선생님은 아주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뒷좌석에서, 츠쿠이씨가 야유를 날린다.

"학생의 꿈과 희망을 깨뜨리지 마"

선생님은 츠쿠이 씨를 노려보며, 각오를 다진 듯 심호흡을 했다. 겉옷을 벗고, 조수석 문을 연다.

"알았어. 나도 교사야, 마음 단단히 먹을게."

"맛키 하지마. 맛키가 정색하면, 사망 플래그가 올라갈 것 같아."


"선생님이 목숨을 걸 정도인 상황에서, 난 살아있을 자신이 없어..."

"과장이군. 난 너희만큼 파란만장하게 살지 않았어."

"어떠려나?!"

"그럼 출발할겠습니다"

가면허 운전 중이라는 표시를 내걸고, 나는 운전석에 올라탔다.

눈살을 찌푸리며, 츠쿠이씨가 내뱉었다.

"떼"

"표시해야 한다는 게 규칙이거든요."

"이런 차로 가면허라고 하면 도발할 뿐이야. 나라면 도발하겠어."

"매너 나쁘네"

츠쿠이씨 옆에서, 시라미네가 어깨를 움츠렸다. 쿠보야는 움츠리고서, 일자로 등을 고쳐앉았다.

쿠보야를 돌아보며 나는 웃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쿠보야가 혼내 줄 거야. 자전거에서도 외쳤었잖아?"

2인승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쿠보야는 죄송한 듯이 얼굴이 붉어졌다. 쿠보야가 죄송해하면, 나는 다정한 기분이 든다.

자세를 돌려 조수석의 마키하라 선생님을 보았다. 새해 인사처럼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인생 첫 드라이브의 시작이었다.





액셀을 밟자 부드럽게 가속했다.

엔진의 진동도 좌석으로 잘 전달되지 않았다. 교습차와 전혀 다른 체감에 나는 당황했다. 조용할 뿐만 아니라 뭔가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왠지 굉장히 낯설고......

"아아, 운전석의 위치가 다르구나"

"지금?"

마키하라 선생님은 파랗게 질려 물었다. 스피드미터를 보고, 당황한듯이 소리를 질렀다.

"카야군, 과속이야! 과속!"

"아, 진짜다"

"스르륵 빨라지네. 속도 내고있는지 몰랐어"

창밖의 풍경을 들여다보며, 즐거운 듯이 시라미네가 말했다. 릴랙스한 시라미네의 양옆에서는, 츠쿠이씨와 쿠보야가 진지하게 어시스트 그립을 움켜쥐고 있었다.

"카야씨, 저기, 카야씨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것 같으면, 나중에 말하겠는데. 괜찮다면 지금 물어봐도 돼?"

"뭐라고?"

"뒤돌지 말아줘!"

"빨리 말해. 넌 항상 빙빙 돈다니까,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는"

"시끄러워 똥개. ――내비게이션은 미리 설정했어?"

듣고 보니, 내비게이션은 길 안내를 하지 않았다. 작은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내 뒤통수에, 츠쿠이씨의 호통이 터져나왔다.

"앞을 봐!"

"뭔가 설정하지 않으면, 안내를 해주지 않나요?"

"나이트 라이더^[각주:2]라면, 알아서 말해줄 텐데 말이야. 마이클, 다음 신호는 오른쪽입니다."

마키하라 선생님의 대사는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빨간불이 가까워져서, 나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마이클?"

"오오. 거칠게 발을 들여놓았는데도, 콱 하지 않았네..."

마키하라 선생님은 대답을 하지 않고, 안심한 듯이 말했다. 츠쿠이씨도 동의하고 수긍했다.

"차체의 성능에 도움을 받았군. 마키하라, 네가 내비게이션을 세팅해라."

"별로 잘 모르겠어, 내비게이션은..."

몸을 내밀고 마키하라 선생님은 모니터를 건드렸다. 새침한 여성의 목소리가 말하기 전에, 마키하라 선생님은 화면을 진행해 나갔다. 띄엄띄엄 끊겨있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나는 궁금했다. "화면을..." "행선지를..." "설정..."

"차, 계속 유령동에 놔둘 거야?"

시라미네가 물었다. 그가 말을 걸자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뒤돌아보려던 내 머리를, 츠쿠이씨가 되밀어낸다.

"파랑"

브레이크 페달을 놓고 나는 차를 몰았다. 좌석의 위치가 다른 탓에 오른쪽이 잘 보이지 않는다. 왼쪽 눈의 시력이 약하니까, 조도가 좋은 걸지도.

"진짜 면허를 따고 친척집에 인사하러 가면, 어딘가에 맡길 생각이야. 통학에 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둬도 될텐데. 츠지무라가 장 볼 때나 짐을 들고 가지 않아도 되잖아. 선생님도 있으면 탈거지?"

"나는 좀 더 작은 차가 좋더라. 큰 차는 긁힐까봐"

"맡길 곳은 정해져 있나"

"아니요. 이제부터 찾을 예정입니다만..."

"앞에 자전거 와있어, 조심해"

말을 하려던 참에, 쿠보야의 충고가 날아왔다. 주부다운 자전거를 타는 부인을 시야의 가장자리에 인식하고, 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어디 좋은 데 모르시나요"

"내가 맡아줄까. 가끔은 유지보수로 타고 다녀줄 수도 있어."

"정말인가요?"

"속지 마, 카야군. 무슨 유지보수야. 타고 싶을 뿐이잖아."

"하루토는 나랑 드라이브 가고 싶지"

"차로? 음악 들으면서 달리니까 좋네"

츠쿠이씨는 시라미네를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켄타로의 아파트 앞에 이 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은 왠지 언밸런스할지도 몰라."

야유하는 시라미네에게, 츠쿠이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눈썹을 치켜든 쿠보야가, 창밖을 응시한다.

"신분에 걸맞는 녀석을 가지라는 거야"

"맞아. 저는 가벼운게 더 안심돼요"

"고등학생에게 BMW가 분수에 맞다는 거냐"

"상관없잖아, 오토바이도 멋있어. 난 어느 쪽으로 할까"

즐거운 듯이 시라미네가 목청을 돋운다. 시라미네가 즐거우니 나도 즐거운 기분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지 않고 목소리만 듣고 있는 것은 이상한 느낌이다. 뒤돌아보면 혼나니까 나는 시라미네의 얼굴을 상상했다.

부드러운 웃음. 정말 기쁠 때는 볼이 느슨해지고 더 상냥한 얼굴이 된다. 특히 입매가 부드럽다. 짧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쓴웃음과도 비슷한…….

"카야군, 일시정지"

나는 깜짝 놀라, 전망이 좋은 교차로에서 차를 세웠다.

뒷좌석에서는 대화가 이어진다.

"뭐로 할까 라니, 오토바이를 살 생각이야?"

"응, 고민하고 있는데"

"너에겐 무리야. 차체를 못 일으키면 면허를 딸 수 없어"

"들어올릴 수 있어!"

갑자기 시라미네가 언성을 높여서 나는 깜짝 놀랐다.

돌아보니, 시라미네는 언짢은 얼굴로 다리를 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기분이 좋았는데, 왜 기분이 상한 걸까…….

"카야, 앞에 봐. 위험하잖아."

혼나고 말았다. 시라미네의 무릎을 탁 치고, 쿠보야가 웃는다.

"하루땅은 차가 더 나아.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친구들도 많이 탈 수 있고. 오토바이는 친구가 없는 녀석의 이동수단이야."

"그럼 넌 오토바이가 좋겠군"

시라미네의 등 너머로 쿠보야와 츠쿠이씨가 서로 노려본다. 시라미네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츠쿠이씨의 어깨를 밀었다.

"심술궃어. 마키하라 선생님도 뭐라고 해줘."

마키하라 선생님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조수석에 앉아서 나는 모두에게 보고했다.

"잡니다"

"자고 있으면 무슨 소용이야!"

"맛키, 일어나! 맛키―!"

뒷좌석에서 쿠보야에게 어깨가 흔들려, 마키하라 선생님은 눈을 떴다.

렌즈 안쪽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가 닫혔다. 느린 눈 깜빡임은 너무 좋았다. 언제나 그렇지만 바깥세상에서 시선을 떼고, 일단 그를 바라보면 시간을 리셋하는 듯한 편안함이 있었다.

입가를 닦고 무방비하게 그는 중얼거린다.

"자버렸어..."

나는 웃었다. 안심한 듯 쿠보야가 어깨에 힘을 뺀다.

"면허 있는 사람이 잠을 잘 수 있다는 건, 안전운전인걸까"

"저 녀석은 위기감이 희박해. 하루토는 잘 안자네"

비위를 맞추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츠쿠이씨가 시라미네에게 묻는다.

"안 잘 거야. 모처럼 카야가 운전해 주는 건데"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선생님 디스한 거 아니야!"

내비게이션에 달린 여자가 말했다. 다음 네거리에서 왼쪽입니다.

마키하라 선생님이 자세를 고쳐, 신호 대기로 줄을 선 차체와, 도로 표지판을 바라보았다.

"국도로 들어가는 건가. 교통량 늘어나니까 조심해."

"네"

좌회전해서 들어선 길은 4차선으로 되어 있었다. 제한 속도도 높아져, 어느 차나 달려나간다. 차들은 적었고 나는 왼쪽 차선을 달렸다. 곧은 길을 달리는 것은 기분이 좋았다.

갑자기 생각나서 나는 창문을 열었다. 신선한 공기가 힘차게 차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의 머리를 말아 올리고, 파닥파닥 바람이 날뛰었다. 그들은 비난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기분 좋다, 고 누군가가 말해서 나는 깨달았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들을 태우고 달리는 차를 내가 운전하고 있다는 것을.

"즐거워보이네"

머리를 흩날리며 마키하라 선생님이 웃었다.

나는 끄덕였다.

"네. 당신들의 목숨을 제가 맡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네요"

"…………"

차 안은 침묵했다. 나는 눈치를 살펴보았다.

"BGM이라도 깔아볼까요?"

"쓸데없는 오락은 즐기지 마! 제대로 앞을 보고 귀를 기울여!"

"알겠어. 세이시로가 없는 게 아쉽네"

내가 중얼거리자 츠쿠이씨가 팔짱을 꼈다. 짓궂은 말투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이시로가 있었다면 누구를 내렸을까. 이 차는 5인승이지?"

"아무도 안 내려요. 세이시로는 트렁크려나"

"내 동생을 물건처럼 취급하지 말아줄래"

"세이시로는 기뻐할 거야"

"카야씨. 뭔가 뒤에 화려한 차가 붙어있어"

백미러로 배후를 보고 확인했다. 쿠보야의 말대로, 화려한 스포츠카가 뒤로 다가오고 있었다.

"오른쪽 차선으로 가면 되는데..."

"도발하고있네"

츠쿠이씨는 기분이 언짢은 듯이 말했다. 뒤를 돌아보며 그는 눈살을 찌푸린다.

"꼬맹이가 신나서는..."

"어쩌다보니 가까워진 건지도 몰라. 스피드하면 올리면 떠나지 않을까?

마키하라 선생님의 제안에 나는 액셀을 밟았다. 매끈하게 엔진이 윙윙거리며 제한속도를 넘어 달려간다. 순식간에 뒤에서 따라오던 스포츠카와 거리가 멀어졌다.

그러자 뒤따르던 스포츠카가, 오른쪽 차선으로 노선 변경을 하자 마력을 높여 내 차를 앞질렀다. 다시 왼쪽 차선으로 돌아가서 내 차 앞쪽을 막는다.

스포츠카는 좌우로 차체를 흔들며, 도발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위험하네"

"짜증나"

각자의 소감들이 있었다. 혀를 차는 소리를 울린 것은, 츠쿠이씨였다.

"깜빡이 켜고 오른쪽 차선으로 가"

나는 따랐다. 누군가의 제지를 무시하고, 그는 호전적으로 짧게 말했다.

"밟아라"

어느 정도일까, 하고 궁리하면서 나는 힘껏 액셀을 밟았다.

아주 조용하지만 압도적인 마력으로, 밀려나듯 차는 속도를 올렸다. 순식간에 경치가 뒤로 멀어져, 스포츠카를 앞지른다.

하지만 스포츠카도 빠르게 속도를 올렸다. 경쟁당하고 있는 것이다, 자각한 나는 핸들을 잡는 손가락에 모종의 흥분을 느꼈다.

"그만해, 위험하다니까!"

어시스트 그립에 매달려 마키하라 선생님이 비명을 지른다.

시라미네는 쿠보야에게 매달리며, 긴장과 투지를 섞고 있었다. 냉정하게 스포츠카를 바라보고 있던 쿠보야가 나에게 보고한다.

"여자랑 타고있어, 무리는 안 할 거야"

앞쪽 왼쪽 차선에 경트럭이 달리고 있었다. 우리의 레이스를 눈치채고 귀찮은 듯이 왼쪽으로 다가갔다. 저기까지가 승부겠지.

스포츠카는 내 차를 제치고, 오른쪽 차선으로 나가려고 했다. 찬스를 막기 위해서 나는 타이밍 좋게 스피드를 올렸다. 스포츠카도 안전을 의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일단 후퇴이다.

공포심을 느끼는 쪽이 진다.

나는 일부러 속도를 줄였다. 지체없이, 스포츠카가 앞으로 나가려고 하는 순간, 힘껏 액셀을 밟았다.

"카야군, 몇 킬로를 내는 거야.......!?"

접촉을 두려워한 스포츠카가 황급히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다. 길을 내준 스포츠카를 나는 사양하지 않고 밀치고 나갔다.

왼쪽 전방의 경트럭을 제치고 잠시 가다가 스피드를 되찾았다. 스포츠카는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았다.

창밖으로 흘러가는 경치가 완만한 속도로 돌아갔다.

크게 숨을 내쉰 마키하라 선생님이, 빈 물병을 츠쿠이 씨에게 던졌다. 츠쿠이씨는 살짝 피해, 튀어 나온 병이 시라미네의 머리에 맞는다.

쿠보야는 만족스러운 듯했다. 다행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국도를 빠져나와 10분 뒤 아울렛에 도착했다.

아울렛은 붐볐다. 스포츠카와 옥신각신하고 난 후로, 나는 계속 마키하라 선생님에게 설교를 듣고 있었다.

"저런 식으로 차를 탈 거면, 키를 뺏을 거야! 대형사고가 날 뻔 했다구!"

"죄송합니다"

"제한 속도도 넘었고, 교통법 위반이니까! 가면허가 취소될 거야!"

"죄송합니다"

"애초에, 츠쿠이 군도..."

"마키하라 선생님, 부탁이 있는데요"

선생님의 대사를 가로막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주차 길이 막혔는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

주차장의 빈 공간에 넣으려다가, 내 차는 꼼짝할 수 없게 되었다. 오른쪽 앞바퀴가 오른쪽 차와, 왼쪽 뒷바퀴가 왼쪽 차와 접촉 직전이었다. 어떻게 해야 여기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키하라 선생님은 어색한 듯이 말했다.

"막힌건가 싶었는데..."

마키하라 선생님은 츠쿠이 씨를 깨웠다. 츠쿠이씨는 마키하라 선생님의 설교에 잠든 척하는 사이에 정말로 자고 있었다.

"츠쿠이군, 츠쿠이군, 일어나. 주차 좀 해줘."

"주차......?"

어쩐지 얌전하다 싶더니 시라미네도 자고 있었다. 몸의 절반이 쿠보야에게 기대어 있었다. 일어나지 않겠네, 라고 경험상 나는 직감했다.

츠쿠이씨는 차 밖으로 나와, 바로 담배를 피웠다. 그는 나를 향한 모멸의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어떻게하면, 이렇게 되는 거냐. 참고로 말해 봐."

"잘 안 돼서, 자꾸 되돌리다 보니"

"좀 더 빨리 말해. 넌 항상 최악의 사태가 올 때까지 의지하질 않아."

나는 간신히 문을 열고 좁은 틈으로 운전석에서 내렸다. 옆의 차를 긁지 않도록, 문과 옆의 차의 틈새에 츠쿠이씨가 손을 끼었다.

츠쿠이 씨의 담배 냄새가 났다. 오랜만이었다. 그리운 기분에 젖어 있자, 그는 초조해하며 나를 노려보았다.

"비켜"

나는 침울해졌다.

마키하라 선생님은 아무리 화를 내도 초조한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츠쿠이씨는 곧바로 느껴진다. 눈앞에서 사라지라는 기분이 들어서 슬퍼진다.

그래서 선생님 곁으로 갔다. 선생님도 차에서 내려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선생님은 곤란하긴 했지만, 화내지는 않았다.

"어때? 할 수 있을 것 같아?"

"상처가 나도 상관없다면 말이야. 미하루, 뒤쪽 보고 있어."

"내려서 서있을까?"

쿠보야는 무릎 위에서 시라미네를 치우고, 차에서 내렸다. 왼쪽 차와 접촉하지 않도록 경비원처럼 섰다.

나와 마키하라 선생님과 쿠보야가 3점으로부터 지켜보면서, 잠자고 있는 시라미네를 태운 차를 츠쿠이씨는 조작했다. 삼각형의 마방진에서 치러지는 의식 같았다. 삐걱삐걱 움직이는 차 안에서, 시라미네는 무슨 희생양 같았다.

츠쿠이씨는 계속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나에 대한 매도라고 생각하면 슬프기 때문에, 혼잣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빌어먹을, 바보가 이런 식의 말이었다.

10분 후, 차는 훌륭하게 주차공간에 들어섰다. 내 팔을 잡고 마키하라 선생님이 웃었다.

"야호. 다행이네, 카야군."

나는 미소지었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 그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

"하루땅 도착했어―. 하루땅"

뒷좌석으로 돌아와 쿠보야가 시라미네를 흔들었다. 시라미네는 뒷좌석에 드러누워 단잠을 자고 있었다. 내 차 뒷좌석에서 잠든 시라미네는 나쁘지 않아서, 깨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일어나, 하루토. 어이"

"저기, 치지 마! 너무하구만, 당신"

"안 때렸잖아"

"됐어, 하루땅 건들지 마. 하루땅, 아침이야―"

"숨을 막으면 일어나"

츠쿠이씨는 한 손으로 시라미네의 코와 입을 가렸다. 쿠보야가 안색^[각주:3]을 바꾸고, 츠쿠이씨의 팔을 벗으려고 한다.

모른 체하고 있던 츠쿠이씨였지만, 차츰 창백해져 갔다.

숨을 막아도 시라미네가 깨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녀석, 언젠가 죽을거라고?!"

"물을 끼얹으면 높은 확률로 일어나요"

페트병의 물을 끼얹으려고 하는 츠쿠이씨를, 쿠보야가 신발을 벗고 때렸다. 마키하라 선생님이 가방을 뒤져서 안약을 내밀었다.

"안약을 넣으면 일어나지 않을까?"

쿠보야와 위치를 교대하고 마키하라 선생님이 시라미네의 눈꺼풀을 넘겼다. 눈꺼풀이 뒤집혀도 시라미네는 건강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귀엽다고 생각했다.

안약을 떨어뜨리자 시라미네의 손발이 뛰었다. 몇 번이나 안약을 떨어뜨려 눈가에 흠뻑 젖었을 무렵 시라미네는 눈을 떴다.

"...뭐? 뭐야 이게..."

"안약. 시라미네군, 상점에 도착했어"

백봉의 얼굴을 소매로 닦으며 마키하라 선생은 그렇게 말했다. 무거운 눈매로 알겠다는 듯 몇 번이나 맞장구를 치며, 시라미네가 말했다.

"카레 맛만 아니면 돼"





아울렛 몰은 재밌는 곳이었다. 백화점과 비슷하지만, 가게에 들어서면, 각각 음악이 다르다.

약속 시간을 정하자, 츠쿠이씨는 곧바로 사라졌다. 우리는 넷이서 돌고 있었지만, 몇 번째 가게로 들어갔을 때, 시라미네가 선생님에게 말했다.

"마키하라 선생님. 내가, 코디해 줄게"

"옷 골라준다는 거야? 나우에서 영하게?"

"뭐, 나우에서 영한 느낌으로. 따라와줘. 저쪽 가게가 선생님한테 더 어울릴 것 같아."

마키하라 선생님의 손을 잡아끌며 시라미네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남은 쿠보야의 쇼핑을, 나는 지켜보고 있었다. 쿠보야의 움직임은 긴장감을 띠고, 이윽고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돌아보았다.

"카야씨,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없어"

우리는 가게에서 나와 넓은 통로를 걸었다. 팜플렛을 펼치면서 쿠보야가 나를 올려다보고 웃는다.

"생일이니까, 뭔가 선물할게"

"얼마 전에 받았어"

내 생일은 쿠보야의 생일과 함께 축하받았다. 그때 선물은 교환했었다.

"그, 그렇지. 이런 건 한 번이 좋지. 선물이라고 해봤자, 대단한 건 못 사고......"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뭐라도 있어? 봄 티셔츠라든가..."

"봄 옷은 판매할 정도로 갖고 있어"

"그, 그렇구나..."

쿠보야가 미안해하는 눈치여서 나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를 위해 갖고 싶은 것을 생각해 내고 싶다.

15분 정도 침묵의 행진을 한 뒤에야 나는 최적의 물건이 생각났다.

"카드가 갖고 싶네"

"카드? 게임 같은 거?"

"생일 메시지 카드"

"…………"

쿠보야가 울음을 터뜨릴 뻔했기 때문에 나는 당황했다.

"비싼 거였으려나. 카드는 내가 살 테니까 메시지를 써주기만해도 좋은데."

"…………"

"저기...... 미안......"

쿠보야는 크게 고개를 흔들며 '기다려줘' 하고 양손을 크게 내밀었다. 말을 하는 동시에 눈물이 흘러내려서, 나는 마음속 깊이 당황했다.

카드를 고르고 나서 메시지를 쓸 것이기 때문에 단독 행동을 하고 싶었다. 내용은 비밀로 하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아서. ――라는 말을 오열 섞인 목소리로 전달하고, 쿠보야는 어디론가 떠났다.

그를 배웅한 나는 벤치에 앉아 미소를 지었다.

내 눈앞으로 가족이나 연인들이나 아이들이 지나간다. 멈추지 않는 퍼레이드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줄지어 선 가게보다 더 재미있다.

갖고 싶은 건 별로 없었다. 욕심 없는 건 아니다. 오늘 차에 몰아넣고 데려왔기 때문이다.

퍼레이드 거주자들도 나처럼 행복해 보인다. 웃음소리. 유모차 바퀴 소리. 지친 목소리.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 그들은 흘러간다. 그들과는 여기서 작별이다.

누군가 내 앞에서 걸음을 멈추면 새로운 만남이 되겠지.

――갑자기, 눈앞에서 누군가가 걸음을 멈추었다.

"…………"

나는 고개 들었다. 서 있던 것은, 낯선 청년이었다. 지성적이고 품위 있는 분위기다.

눈을 깜박이는 나에게, 그는 미소지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상상했지만, 그는 배를 움켜쥐고, 펄쩍 뛰었다.

이 시점에서 눈치챘다. 마키하라 선생님이다.

"봐 봐, 시라미네군! 카야군이 못 알아봤어!"

"얼굴을 망치지 않았더라면, 더 못 알아봤을 텐데..."

탄식하면서 시라미네가 나타났다. 작품처럼 마키하라 선생님을 소개하며 시라미네는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어때? 어울리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라미네가 옷을 고른 탓인지 선생님은 시라미네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라미네군, 잘 띄워주니까, 잔뜩 사버렸어―."

머리를 긁는 행동은 선생님이었다.

"괜찮아, 돌려 입으라고 골랐으니까. 나중에 렌즈 같은 것도 해버려."

"인기많으려나?"

"카야씨, 기다렸... 우와, 맛키!"

시라미네 같은 분위기가 잠깐 나는 마키하라 선생님에게 쿠보야도 놀라고 있었다. 얼굴을 붉히면서 입가를 가렸다.

"귀여워, 멋있어, 귀여워..."

"다들 잘 띄우네―. 선생님이 아이스크림 같은 거 사줄게."

우리는 기꺼이 젤라또샵으로 향했다.

걸으면서 몰래, 쿠보야가 선물을 주었다. 봉투에 담긴 메시지 카드와 잎사귀 모양의 자동차 방향제였다.

"부끄러우니까, 기숙사 가서 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쿠보야는 쑥스러운 듯이 달리기 시작해, 시라미네의 어깨에 달려들었다.

방향제는 푸른 색이었고 여름 같은 냄새가 났다. 메시지 카드를 받을 수 있어서 나는 너무 기뻤다.

젤라또샵에 대해서 무슨 맛으로 할지 골랐다. 두 개까지 고를 수 있다는 것 같다.

"하루땅은 카레 맛만 아니면 되잖아"

"하지마"

쿠보야가 놀리자, 시라미네가 붉어졌다.

시라미네는 커피와 바닐라로 골랐다. 쿠보야는 초코와 프람보아즈로 했다.

내 것은 둘이 정해줬다. 벚꽃이랑 말차였다. 둘에게 조금씩 나눠줬다. 둘 다 좋아해줘서 기뻤다.

선생님은 젤라또를 먹지 않았다. 츠지무라와 이즈미의 선물로 롤케이크를 사고 있었다. 그들이 생각나서 나는 조금 미안했다.

"츠지무라와 이즈미는 데려오지 못해서 미안하네"

"괜찮아. 츠지무라는 절규도 잘 못하고"

"삿쨩은 비탄하다고 했고"

내 차에 타는 것이 유원지의 어트랙션이나 장례식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이 걱정이 없다고 해서 안심했다.

약속 시간이 되어 츠쿠이씨가 돌아왔다. 츠쿠이씨도 선생님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원본은 괜찮았구나!"

"흐흥. 뭐 그렇지!"

"안 돼. 말했더니 끝났어"

"끝나지 않았어! 내 인기는 이제부터야! 그렇지, 시라미네군?!"

시라미네는 점잖게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츠쿠이씨를 올려다보고 물었다.

"뭐 하고 있었어?"

"라면 먹고 있었어. 그리고 책방."

서점이라는 말에 츠지무라의 책을 보러 갈까 하고 누군가 말했다.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귀찮아서 그만두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기숙사로 돌아가기로 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시라미네가 나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오늘은 잘됐네, 카야."

그 말투가 아주 좋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나를 잘 알고 있는 울림이 있었다. 내 마음의 손을 끌어 목적지로 안내하는 듯한.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고, 나의 기쁨을 축복해 준다. 행복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시라미네는 내 귓전을 어루만졌다. 응석을 받아주는 듯한 미소에 나는 젤라또를 내밀었다.

"빨리 먹어. 한 손 운전이라니 백 년은 일러"

돌아올 때는 조수석에 츠쿠이씨가 탔다. 말하는 대로 운전해, 라고 츠쿠이씨는 위협했다.





방향제가 미러 밑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담배를 물고, 라이터를 손에 쥐면서, 츠쿠이씨는 나에게 물었다.

"금연차냐?"

"그렇게 스탠바이 해놓고 물어보면, 아니라고밖에 대답할 길이 없네요"

"방향제도 샀고 말이야"

츠쿠이씨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시라미네가 근질근질한 얼굴이 되고, 마키하라 선생님을 엿보자 참는다는 얼굴로 변했다.

"돌아오는 길은 조금 더 붐빌지도 몰라"

몰에서 산 껌을 나눠주며 쿠보야가 말했다. 그의 얼굴을 보고 나는 멋진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너랑 자전거로 간 부근에 들렀다 들어갈까. 어디쯤이었는지 기억나?"

"기억은 나는데, 그 근처 산길이라 힘들지 않아?"

"어디쯤이었지?"

"쿠보타니쵸 데라마에 42"

쿠보야는 기억력이 좋다. 그에게 거짓말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카야군하고 둘이 간 적이 있어?"

마키하라 선생님의 질문을 받자, 쿠보야는 얼굴을 붉혔다. 쿠보야는 맥락 없이 뺨을 붉힌다.

"카야씨를 자전거로 데리러 갔다가, 나 때문에 사고가 났었어"

"아, 아까 카야군이 얘기해 준 거구나.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미하루는 다리를 삐어 버렸지. 염좌까지 안 가서 다행이지만. 선물로 대나무 잠자리를 사왔어."

"그 가게는 아직 있을까"

"글쎄, 있으면 좋겠다"

쿠보야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기대를 느끼고, 나도 가슴이 뛰었다. 간지러워 보이는 쿠보야의 웃는 얼굴이 나는 좋았다. 그는 정말 흐뭇하게 웃었다. 빛나는 것 같은 큰 눈동자, 수줍은 것 같은 입가, 무의식적으로 움츠러드는 어깨…….

"앞을 봐"

츠쿠이 씨가 뺨을 밀어서, 나는 전방을 바라보았다. 쿠보야로부터 고개를 돌린 후에도 자연스럽게 뺨이 활짝 웃고 있었다.

그 가게가 전과 똑같이 있어서, 그를 기쁘게 해 주면 좋겠다. 그날의 일은 그다지 기억나지 않지만, 대나무 세공 완구 가게는 기억하고 있다. 풀로 만든 장난감도.

"국도 나왔다가 그쪽으로 돌아서 가면 돼. 그리 멀지도 않고."

네비게이션을 만지고 있던 츠쿠이씨가 말했다. 창밖으로 내민 그의 담배는, 담배 연기를 피울 여유조차 없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은 츠쿠이씨는 시끄러웠다. 내놓으라든가, 멈추라든가, 낮추라든가, 올리라든가.

뒷좌석에서는 쿠보야에게 기대어 선생과 시라미네가 잠들어 있었다. 두 사람을 양 어깨에 얹은 쿠보야는 긴장하고 있었다. 훈훈한 광경에 나도 섞이고 싶었다.

"핸들을 너무 꺾었어. 조금만 해도 돼."

"왜 지금 안 가는 거야. 충분히 넣었잖아?"

"무리하게 파고들지 마! 주위를 확인해라"

"...그렇게 말할 거면, 츠쿠이 씨가 운전하면 되지 않습니까."

계속 매도당한 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두 번째 담배를 물고 그는 눈썹을 치켜올린다.

"삐치지 마"

"안 삐쳤어요"

"거짓말하곤. 금방 삐져서 갈아타지. 뒤를 봐준 보람이 없어."

나는 츠쿠이씨를 바라보았다. 바람에 날리는 앞머리가 진정되지 않아 팔락이고 있다.

츠쿠이씨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지만, 나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멋대로 멋쩍은 듯이 눈을 찡그리며 나를 보지 않은 채로, 내 뺨을 밀었다.

"앞을 봐"

"츠쿠이 씨, 보람이라면?"

"되새기지마, 뒤에서 오토바이가 온다"

"무엇을 해드려야,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요"

"잠자코 운전해"

"당신은 사치라고"

뒷좌석의 쿠보야가 웃으며 말했다. 누구를 내릴 것인가를 물은 츠쿠이씨처럼, 쿠보야는 사람 나빠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카야씨가 한 사람만 따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츠쿠이씨가 당황했다.

앞유리창 너머로 벚꽃잎이 날아오른다.

봄바람처럼.

"카야씨는 수용량이 크니까, 누구 혼자선 감당하지 못한다고. 누구랑 생일이 같은 줄 알아?"

미간을 찌푸리면서, 츠쿠이씨가 싫은 듯이 나를 보았다.

"부처님이냐"

무슨 뜻인지 모르고, 나는 미소로 되물었다.

"감사한 얘기잖아"

"스케일이 너무 커. 내가 마음대로 못 다루는 물건에 나는 관심없어."

"삐치지 마"

"둘이 사이가 안 좋은 건가?"

가시 돋친 회화에, 다른 뜻 없이 물었다. 대답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궁합은 좋다고 생각한다.^[각주:4]

이구동성으로 그들은 말했다.

"설마"





국도를 벗어나 낯익은 경치로 돌아왔다.

내비게이션의 유도에 따라 나는 절 앞으로 향했다. 도로 폭이 좁아지고 구불구불한 산길이 많아졌다.

활짝 핀 벚나무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아스팔트가 연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커다란 벚나무 아래에서는 어린애를 데리고있는 여자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차츰 길이 완만해지고 허름한 시골길이 이어졌다. 지나가던 사찰에서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축제가 아닐 지도 모르겠다.

보기 좋게 장식된 꽃들이 즐비하다.

"그런가, 오늘은 꽃축제구나"

눈을 뜬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쾌활한 이름이다. 벚꽃놀이랑은 별개일까.

"분명히 이 근처인 것 같은데......"

선명한 신록으로 메워진 밭이 양 옆으로 펼쳐졌다. 쿠보야가 몸을 내밀어 앞쪽을 가리킨다.

"저쪽 둑, 지나간 곳이 아닐까. 저기 옆에 막과자 가게가 있었던 것 같은데"

"가보자"

서행 운전을 멈추고 나는 액셀을 밟았다.

기울기 시작한 햇빛이 주홍빛을 띠고, 전원의 풍경이나, 차내의 시간을 정지시킨다.

조수석에서 츠쿠이씨는 턱을 괴고 있었다.

시라미네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쿠보야는 진지하게 목적지를 찾고, 마키하라 선생님은 느긋하게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츠쿠이씨가 외쳤다.

"위험해――!"

번쩍 눈을 뜨니 바람개비를 든 아이가 눈앞에 있었다.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새된 소리가 울려 차가 급정거했다. 덜컹 차체가 흔들리고 잠자던 시라미네도 깨어났다.

파랗게 질린 츠쿠이씨가 물었다.

"쳤나......?"

충격은 없었다. 하지만 확신은 할 수 없다. 스피드는 내지 않았지만 피할 수 없는 거리였던 것 같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멈추고 나는 심호흡을 했다.

"모르겠어요. 차에서 내려보......"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엄청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

눈앞의 둑으로 경차가 돌진해 온 것이다.

"………！"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아, 우리는 몸을 내밀었다. 한눈팔기라도 했는지 프론트가 납작해져 있다.

우리는 오싹했다. 저기서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으면 내 차에 충돌해서 큰 사고가 났을 것이다.

운전수는 무사했다. 차에서 내려 달려오려 할 때 쿠보야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올려다본 둑에는 낯익은 밤나무와 도조신이 있었다.

도조신 곁에는, 바람도 없는데, 풍차가 계속 돌고 있었다.

"앗......"

나와 쿠보야는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내 생일은 누구나 아는 위인과 같다.

그런 것보다도, 내 생일마다, 매년 벚꽃이 피고, 경치가 꽃샘과 봄을 느끼게 한다.

연분홍색은 행복한 인상을 주며, 사람들은 몸치장을 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짓는다. 이 계절에 태어나길 잘한 것 같다.






April 8th is 끝

---

1. 석가탄신일과 동일 [본문으로]
2. 미국 드라마 knight rider, 한국명 전격z작전 [본문으로]
3. 血相, 화난 안색 [본문으로]
4. 返答が揃っていたので、相性はいいんだと思う。 [본문으로]